아프리카 수면병, 한국인이 베일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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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수면병, 한국인이 베일 벗겼다
  • 윤종원
  • 승인 2006.08.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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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과학자 이소희 박사..셀(Cell)지 표지 논문으로 게재

흡혈 파리에 의해 감염되는 치명적인 "아프리카 수면병"의 생물학적 베일이 재미 한인과학자가 주도한 연구팀에 의해 벗겨졌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기초생물의과학연구소 폴 잉글룬드 교수팀의 이소희(29.여) 박사는 수면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지방산(fatty acids)"을 만드는 새로운 생물화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박사를 제1저자로 한 이번 논문은 저명과학저널 셀(Cell)지 25일자에 실렸다. 특히 관련 사진은 셀지 표지를 장식했다.

한국 국적의 유학생인 이 박사는 2년전 고인이 된 이상선 전 한국교원대 생물학과 교수의 딸로,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 아이오와대학(생화학)을 졸업한 뒤 존스홉킨스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아프리카 수면병은 "체체파리" 등의 흡혈파리가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들일 때 편모충인 "트리파노소마(trypanosome)"가 몸속으로 들어와 감염되는 질환이다. 흡혈파리에 의해 옮겨진 이 병원체는 벌레나 숙주의 혈관에서 증식하는 방법으로 번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이 수면병은 앙골라, 콩고, 수단 등지에서 발생이 잦은데 전세계적으로 연간 50만명이 감염되고, 5만명이 숨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때문에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는 흡혈파리를 주의해야 한다.

이 수면병에 걸렸을 경우 약물을 이용해 기생충을 조기에 제거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만성화되면 줄곧 잠에 빠져 있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효과적인 예방.치료법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질환이 법정전염병 제4군으로 분류돼 있다.

이번 논문에 따르면 흡혈파리가 옮기는 기생충 "트리파노소마"는 세포와 세포기관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방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엘론게이즈(elongases)" 라는 효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기생충이 스스로 지방산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다. 보통 지방산은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막을 구성하는데, 모든 유기체는 세포막을 만들기 위해 지방산을 필요로 한다.

이소희 박사는 "트리파노소마는 지방산을 만드는데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그 어떤 유기체도 새로운 지방산을 만드는데 일부러 엘론게이즈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특정 유전자를 조작해 엘론게이즈를 부족하게 만들자 이 기생충이 다른 지방산을 만들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트리파노소마 기생충의 경우 "엘론게이즈" 효소가 이 기생충이 만들어내는 지방산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엘론게이즈를 타깃으로 한 약을 개발할 경우 아프리카 수면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박사는 "열악한 의료환경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트리파노소마 감염은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엘론게이즈와 같은 지방산을 만드는 트리파노소마와 박테리아 효소는 수면병과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약물의 좋은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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