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내 약품특허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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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내 약품특허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나
  • 윤종원
  • 승인 2006.08.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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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TA 협상통해 약품 특허권 강화 추진 논란

미국이 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특허권 보장 강화를 요구함에 따라 개발도상국에서 약품 특허가 어느 수준까지 보장돼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개도국들은 특허권을 제약회사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보장할 경우 정부 예산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 공급 사업이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약회사들은 의료부문 기반시설이나 숙련된 의료인력 부족 등이 더 큰 문제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의 FTA 협상을 진행중인 태국에서 이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특히 태국에서는 지난 1월 세계보건기구(WHO) 지역 책임자였던 윌리엄 알디스 박사가 제네릭(모방 및 개량형) 의약품 제조 당위성을 주장하는 글을 현지 일간지에 실은 뒤 2개월만에 통상 임기 4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타국으로 전출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 문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알디스 박사는 태국에서의 제네릭 약품 제조가 60만명에 달하는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제약회사들의 요구대로라면 2세대 및 3세대 에이즈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싸져 정부가 도저히 에이즈 퇴치 사업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빈 몰리 유엔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 대사는 당시 WHO 사무총장이던 고 이종욱 박사를 불러 구두 및 서면으로 알디스 박사의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미국 관리는 미국측이 "WHO 직원이 양자간 무역협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오만과 요르단, 모로코와의 FTA를 마무리지은 미국은 태국과의 협상에서도 특허권 부여나 약품 시판 승인이 늦어질 경우 "보상 차원의" 특허권 인정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려는 태국 제약사들이 원본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의 임상실험 결과 같은 자료들을 5년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정보 배타성" 조항을 FTA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1세대 제네릭 에이즈 치료제를 만들고 있는 태국 정부산하 제약회사 GPO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에이즈 환자들에게 치료약을 공급하려는 태국 정부의 노력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제약회사들은 적절한 수준의 수익을 얻고 차세대 의약품의 개발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제약업협회(IFPMA)의 하비 베일 회장은 제약회사들이 개도국에서의 에이즈 통제 문제와 관련해 일종의 희생양이 돼 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의 한 무역담당 관리는 "FTA로 인해 해당 국가에서 특정 의약품을 구하기 어렵게 됐다거나 그 나라의 제약산업이 붕괴됐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WHO의 지식재산권 관련 무역협정(TRIPs)에 포함된 "강제 면허"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국가에서 긴급한 공중보건상의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 특허권에 우선해 자국에서 약품을 만들도록 허용할 수 있는 이 협정 내용을 놓고 최근 미국과 브라질이 "정면 승부"를 벌인 것.

브라질은 지난해 미국 애보트에서 개발한 2세대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에 대해 "강제 면허"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보였는데 결국 브라질은 6년간 낮은 가격에 "칼레트라"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강제 면허" 적용 방침을 철회했다.

베일 회장은 개도국 제약사의 생산 시설이나 품질 등을 고려할 때 "강제 면허"의 적용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 무역 전문가는 "개도국 입장에서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강제 면허를 적용하겠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 면허는 개도국에 훌륭한 협상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WHO의 한 에이즈 퇴치분야 실무담당자는 "제약회사들이 자신들의 가격인하 정책을 따르면 된다고 하는데 약품 수요 증가 속도가 완만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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