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에서…그리고 병원 곁에서, 45년 외길 인생”
“병원을 지키는 것이 환자를 지키는 것”…국가대표 팀닥터에서 병원계 리더까지
“결국 의료는 사람입니다. 환자도, 의료진도, 그리고 병원도 모두 사람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 말에는 45년을 넘게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사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제16회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영진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대한병원협회 명예회장)는 인터뷰 내내 ‘사람’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의 의료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임 명예회장의 출발은 신경외과 의사였다.
1980년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했던 방사선 수술 분야에 뛰어든 그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병원에서 감마나이프 수술을 배우며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당시에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덜 침습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는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마치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품고 돌아오는 심정이었습니다. 반드시 우리나라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죠.”
귀국 후 그는 국내 감마나이프 수술의 확산을 이끌었다.
뇌종양과 뇌혈관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이었다.
수술실에서 시작된 그의 도전은 곧 학문으로, 그리고 후학 양성으로 이어졌다.
“의료는 혼자 완성할 수 없습니다.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제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신경외과를 이끌고 있는 이유다.
임 명예교수가 의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아시아의 표범’ 이회택 선수 때문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팀 닥터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그는 축구 국가대표 팀닥터로서 또 하나의 ‘현장’을 경험했다.
1996년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0년부터 15년간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로 활약했다.
선수들의 부상 치료와 컨디션 관리, 경기 중 응급 대응까지 책임지는 자리였다.
“경기장에서의 의료는 병원과 다릅니다. 순간의 판단이 선수의 선수생명은 물론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으로서 국가대표뿐 아니라 국내 등록 선수 전체를 아우르는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
또 대한의사축구연맹 초대 회장을 맡아 의사들의 스포츠 활동을 이끌었고, 세계의사월드컵 유치, 한일 신경외과 축구 친선경기 개최 등으로 의료와 스포츠를 연결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스포츠의학도 결국 사람을 위한 의학입니다. 선수들이 건강해야 좋은 경기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에게 축구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또 하나의 의료 현장’이었다.
이와 함께 그의 이력에는 군과 사회를 아우르는 공공적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경희의료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 그는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대한민국 ROTC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자랑스러운 ROTCian상’을 수상했다.
ROTC 13기 출신인 그는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하며 대외적으로 ROTC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상은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ROTC 명예를 빛낸 인물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 그는 경희대학교병원장, 의료원장, 의무부총장을 거치며 ‘환자를 보는 시선’을 ‘병원을 지키는 시선’으로 넓혔다.
그 과정에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에게 메르스는 단순한 감염병 위기를 넘어 개인적인 시련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자가면역성 뇌질환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가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를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의료진의 한마디, 손길 하나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투병을 이겨내고 다시 현장에 복귀한 그는 메르스 대응의 최전선에 섰다.
병원 운영 정상화와 함께 의료기관 손실보상 필요성을 정부와 국회에 설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위기 때 병원이 무너지면 결국 환자가 피해를 봅니다. 병원을 지키는 것이 곧 환자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판단은 이후 감염병 대응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18년 대한병원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 중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마스크 하나도 병원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었죠.”
그는 병원협회 내 상황실을 운영하며 마스크 공급 문제를 해결했고, 생활치료센터 운영과 선별진료소 확대를 정부에 제안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의료기관 내 폭력 문제 해결, 병문안 문화 개선, 의료인력 수급 문제 대응 등 병원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노력했다.
“병원은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안전해야 하고,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원칙이 아니라 정책으로 이어졌다.
임 명예교수가 강조한 부분은 ‘필수의료’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시절, 그는 외과계이사장협의회를 결성하며 필수의료 위기 문제를 공론화했다.
“당시에도 이미 신호는 있었습니다. 지금의 위기가 갑자기 온 것이 아닙니다.”
그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 투입이 아니라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의 말은 현재 진행 중인 의료개혁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임 명예교수에게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원장으로서의 시간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인증제도를 ‘규제’가 아닌 ‘질 향상 도구’로 인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인증은 평가가 아니라 변화의 시작입니다.”
중소병원 인증제 도입, 환자안전 시스템 강화 등은 의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됐다.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의 속에서도 그는 ‘서번트 리더십’을 강조했다.
“결국 설득입니다. 의료는 혼자 할 수 없으니까요.”
인터뷰 말미, 그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갔다.
‘존경받는 병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환자에게 신뢰받고, 동료에게 존중받는 사람 아닐까요.”
짧은 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의 의료 인생이 담겨 있었다.
감마나이프 수술을 도입하던 젊은 의사 시절부터, 국가대표팀을 지키던 팀닥터, 병원을 이끌던 경영자, 그리고 병원계를 대표하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왔다.
“이 선택이 환자를 위한 것인가.”
명예교수라는 직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필수의료, 의료질, 환자안전, 그리고 병원의 지속가능성.
그가 평생에 걸쳐 고민해온 주제들은 여전히 현재 의료계의 핵심 과제다.
“의료는 계속 변합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환자를 위한 마음, 그것만은 변하면 안 됩니다.”
임 명예교수는 후배 병원 경영자들에게 당부했다.
“현장은 언제나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와 의료진의 목소리를 끝까지 듣고, 그 답을 정책과 경영에 반영하는 것, 그것이 병원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문화 창달과 성장·발전 기여
국민건강 위한 참된 병원인상 구현
서양의학 도입 역사가 상대적으로 일천한 국내 병원산업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 병원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 기초의약품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출발한 한국 병원계는 뜻있는 병원CEO와 병원인들의 헌신 및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딛고 오늘의 의료강국을 만들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환자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수고가 더해진 결과다.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은 이같은 한국 병원계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숨은 공로자들을 발굴해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100만 병원인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병원신문 창간 25주년(2011년)을 기념해 대한병원협회, 병원신문, 종근당이 함께 제정했다.
이 상은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병원인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병원인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은 CEO부문에 전·현직 병원CEO 1명, 병원인 부문에는 병원문화 및 시스템 개선에 공로가 큰 병원인 5명을 전 직종에서 선정한다. CEO부문 수상자에게는 상금 2천만원과 상패가, 병원인 부문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상패가 각각 수여된다.
제1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박준영 을지대학교 총장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으며, 병원인 부문에는 5명이 수상의 영광을 함께 했다.
제2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이석현 인천산재병원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병원인 부문에는 5명이 선정됐다.
제3회 시상식에서는 문정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장이 CEO부문에 선정됐고, 병원인 부문에는 5명이 수상했다.
제4회 시상식에서는 성상철 전 서울대학교병원장이 CEO부문을 수상했고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선정됐다.
제5회 시상식에서는 김광태 대림성모병원장이 CEO부문에, 5명이 병원인 부문에서 수상했다.
제6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박창일 전 건양대의료원장,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7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강보영 안동병원 이사장,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8회 시상식에서는 CEO 부문에 구정회 은성의료재단 이사장,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9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10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서유성 순천향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11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박태철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장이,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12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정진엽 부민병원 의료원장과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13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14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이,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제15회 시상식에서는 CEO부문에 인봉의료재단 유태전 이사장이, 병원인 부문에 5명이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