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시장 방임에서 정부 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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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시장 방임에서 정부 주도로
  • 최관식
  • 승인 2006.07.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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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적정화방안에 떠는 제약계.. 자구 노력 부족 탓
복지부가 의약품 가격을 잡기 위해 결국 칼을 빼들었다. 25일 일반약 복합제 742품목의 비급여 전환과 26일 포지티브 리스트제도(의약품 선별등재방식) 도입안 입법예고 등 복지부가 그간 예고해 왔던 대로 약값을 잡기 위해 거침없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번 일반약 복합제의 보험등재 삭제로 복지부는 지난해 기준 1천659억원의 비용을 건강보험재정에서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또 포지티브 리스트제도를 통해 복지부는 그동안 시장에 맡겨 왔던 의약품 사용 행태를 경제성과 효과를 따져 정부가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제약계는 큰 우려와 함께 국내 제약산업의 외국 종속 가능성까지 들먹이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이 위축되면 동남아나 일부 국가처럼 "칼"을 쥔 쪽의 의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이 거대 다국적제약사의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포지티브 리스트제도가 시행되면 선택된 일부 국내제약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험약 등재 진입이 쉬웠던 만큼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시장 점유율도 분산될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판매관리비도 대폭 줄이는 등 한결 수월하게 "장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다국적제약사의 경우에도 오리지널 품목의 보험약 등재 누락 가능성은 별로 없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등재 여부가 아니라 약가 재조정에 있다. 복지부는 조만간 의약품 가격산정과 관련해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기준, 경제성평가지침, 약가협상지침 등을 제·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효과가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전체 매출규모가 크다면 약가를 인하할 뜻임을 시사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그간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다. 국내 산업분야 가운데 가장 길다고 할 수 있는 100년이 넘는 제약산업 전통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 내놓을만한 제품 하나 만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은 국가의 정책이나 외국 회사의 도전이 아니라 바로 제약사들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

한양대 박홍우 교수(화학공학)는 올 초 "바이오산업 세계 선도화포럼"에서 우리나라 바이오의약산업은 현재의 연구비 투자 수준으로 볼 때 세계적인 제품의 개발과 선진화에 성공할 가능성보다 오히려 선진 제약회사들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바이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기업간 인수·합병을 유도해 기업 규모를 확대하고 유망 벤처를 집중 육성하는 등 기업체질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웃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최근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거대 제약사를 속속 출범시키고 있으나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이를 따라갈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최근 몇 년간 눈부신 성장가도를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국내 전문의약품 중심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도 전체 매출의 5∼6%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발을 위해 그리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 상당한 매출을 거두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타사와의 경쟁, 즉 판매관리비에 무차별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보건의료계의 한 인사는 26일 "제약계가 정부의 약제비적정화 방안으로 인해 존폐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하고 있으나 그 얘기에 귀 기울이는 이가 별로 없다면 아마도 제살깎기 경쟁에만 몰두하고 경쟁력 확보 등 자구노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 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이번 일반의약품 복합제 보험적용 제외 결정으로 일동제약과 유한양행, 안국약품 등 일부 제약사들의 경우 주력품목이 포함돼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 제약사들은 대체품목을 통해 이를 피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안국약품 최인영 PM은 "이번 방침으로 연간 85억원 매출을 올리던 일반약 복합소화제 애니탈이 비급여로의 전환됨으로써 제품 퇴출 위기에 몰렸다"며 "안국약품은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전문 소화제 그랑파제-에프를 주축으로 기 발매된 위장운동촉진제 안국레보설리피드, 방어인자증강제 안국레바미피드로 시장을 종전보다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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