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 먼 산 바라보는 여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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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 먼 산 바라보는 여유를
  • 윤종원
  • 승인 2006.07.2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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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약은 최소 1~2시간 전에 써야

열심히 일한 당신, 이번 휴가에는 어디 먼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멀미 걱정에 망설이고 있지는 않은지.

멀미는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 생리 중인 여성, 편두통이 있는 사람에게 더 잘 생긴다. 일부 외국 학자들은 멀미에도 가족력이 있다고 보고하기도 하지만 멀미에는 개인차가 크다. 평소 멀미를 잘 하는 사람은 그렇게 타고 났다고 인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수 밖에 없다.

◇ "왜 생기나" = 멀미는 평형 감각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의 뇌는 시각, 귓속의 평형감각, 신체 관절이 느끼는 위치감각을 종합해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흔들리는 자동차나 배에서는 이런 감각들이 서로 다른 정보를 수시로 보내면서 "흔들리니 균형을 잡아주세요"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우리의 뇌가 이 혼란을 소화해 내지 못하면 멀미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배나 자동차의 불쾌한 기름냄새가 더해지면 구토중추가 자극돼 멀미가 한층 심해진다.


◇ 멀미약, 미리 쓰자 = 멀미약은 적어도 여행 1~2시간 전에 써야 예방 효과가 있다. 약이 흡수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위장 운동이 미리 억제되면 메스꺼움도 한결 덜하게 된다.

먹는 약은 흡수율이 일정해 비교적 일정한 효과가 보장되지만 작용시간이 수 시간으로 짧기 때문에 단거리 여행에 적합하다. 반면 붙이는 약은 흡수율이 일정하지 않아 효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작용시간이 3일 정도로 길어 장거리 여행에 유용하다.


◇ 멀미약 사용시 주의사항 = 붙이는 멀미약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동공이 커져 눈이 부실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붙인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붙이는 멀미약의 주성분 스코폴라민은 안과에서 망막을 들여다 보려고 동공을 크게 여는 데 쓰는 산동제의 성분이기도 하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여행 후 어린이나 노인이 정신이 혼미해지고 이상한 행동을 보여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있다. 붙이는 멀미약을 그대로 두어 생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멀미약을 떼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좋아진다. 어린이나 노인은 체격에 맞는 용량을 붙이고 여행이 끝나면 바로 떼어내야 한다.
그 밖에도 대부분의 멀미약은 운전자의 졸음을 재촉하고 전립선 비대증 노인에게 소변 보는 것을 더 어렵게 할 수 있으며 녹내장 환자의 안압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멀미약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 멀미를 덜 하려면 =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듯이 멀미가 심한 사람은 차를 타자 마자 잠들어 버리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눈을 감고 있거나 고개를 들어 먼 산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좋다. 흔들리는 자동차의 뒷좌석에 앉아 옆으로 지나가는 가로수를 보는 사람은 앞좌석에서 먼 앞을 보는 사람보다 멀미가 심하기 마련이다.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등받이에 머리를 고정하고 가능한 상황에서는 이동 방향으로 누워 주면 귓속 평형기관의 자극을 줄일 수 있다.

한편 차나 배를 오래 또는 자주 타면 뇌가 여기에 적응해 심한 멀미도 좋아진다. 오히려 원양어선 선원들은 배에서 내린 후 땅이 꺼지는 듯한 느낌이나 어지럼증 등 "육지멀미"를 호소하기도 한다.

(도움말: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원상 교수)
<의학전문기자ㆍ가정의학전문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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