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의 74.5% 비상경영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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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의 74.5% 비상경영체제 돌입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6.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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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파행 운영 심각, 필수·중증·응급의료 공백
보건의료노조, 병원경영 악화 노동자들에게 책임 떠넘겨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4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의료기관들이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공의 수련병원들의 74.5%가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경영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총 1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현장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기관은 보건의료노조 조합이 조직된 113개 의료기관으로 국립대병원 10곳, 사립대병원 37곳, 지방의료원 26곳, 민간중소병원 14곳, 적십자병원 4곳, 근로복지공단병원 6곳, 특수목적 공공의료기관 11곳, 재활의료기관 5곳 등이다.

조사 결과 2024년 5월 현재 비상경영을 선포한 의료기관은 총 52곳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47곳 중 비상경영을 선포한 곳은 35곳으로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의 74.5%가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

비상경영 내용은 병상운영 효율화, 인력운영 효율화, 비용 절감 등 3가지로 병상운영 효율화 방안으로는 일반병동 통폐합·축소, 중환자실 병상 축소 운영, 수술실 및 회복실 통폐합 운영, 진료과 축소 운영, 병상수 조정, 긴급치료병상 확충계획 보류 등이다.

또 인건비 절감을 위한 인력운영 효율화 방안으로는 인력 동결, 한시적 정원 감축, 특별 명예퇴직제, 신규 증원 보류, 정규직 신규직원 채용 제한·중단, 신규입사 발령 유예, 정규직 퇴직 자리에 비정규직 채용, 퇴직·사직 자리 미충원, 비정규직 계약만료 자리 미충원, 한시적 인력 계약 종료, 인력 재배치, 인력 파견 운영, 무급휴가제, 무급휴직제, 승진 유보, 반차·반반차 적극 활용을 포함한 한시적 유연근무 확대, 근무형태 일방적으로 변경, 육아휴직 확대 등이었으며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지원인력(PA) 확대 및 적극 활용, 재택 처방시스템 도입, 당직제도 조정 등의 조치도 시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비용 절감 방안으로는 2024년 예산 전면 재검토 및 조정, 시설투자 지연 및 중단, 공사 연기, 장비 구입 최소화, 신규사업 축소·연기, 용역계약 규모 축소, 법인카드 사용지침 개선 및 임의 불출 중단, 운영비·관리비 절감을 위한 지출 최소화, 접대비·교육비·광고선전비 삭감, 일회용 물품 사용 제한, 물품 청구량 절약, 의료 소모품 절약, 일반 소모품 지급 중단, 복지예산 삭감, 복지 지출 유보, 원외 직원 임차 주자창 계약 중단, 주차장 이용요금 부과, 직원 근무복 신청 자제, 근무복 세탁 축소, 동호회 지원금 삭감, 하계휴양소 취소, 불요불급한 출장 및 원내회의 자제, 회의 개최 시 식사제공 금지, 내부연구과제 추가·수시공모 중단, 연구비 잔액 반납 유도, 국내·외 학회 등 출장 자제, 홍보성 행사 등 자제, 용역수수료 자체 절감 방안 마련, 전기세 절약, 실내 냉난방 적정온도 준수 등 에너지 절약 실천, 부서운영비 축소, 연차휴가 사용 확대, 시간외근무 제한·통제,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휴가제 시행, 근무시간 단축, 야간근로·당직근무 축소 등이다.

특히 극심한 자금난으로 건강보험청구 주기를 단축하거나 월 200억원이 넘는 차입경영을 시행하는 곳도 있었으며 계약시기와 구매 일자 조정, 재료비 대금 지급 연기, 약품 대금 지연, 공사 대금 지급 무기한 연기 등의 조치도 시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행사비·소모품비·부서운영비·교통비 등 각종 비용 50% 절감 지급, 보직수당·직책보조비·교원성과수당 지급 등 유예한 곳도 있었으며 100억원 이상의 기채 승인을 요청한 곳, 진료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 법인 전출금 지급을 유예하겠다는 곳도 나왔다. 아울러 수익증대 및 비용절감 제안 게시판을 개설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곳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의료기관들의 비상경영체제로 인해 환자와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그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

먼저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들 대부분이 병동 통폐합·축소, 수술실·중환자실 통폐합·축소, 응급실 축소 등에 나서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폐쇄·축소해 운영하는 곳은 24곳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중증·수술·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기관 파행 운영이 계속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조차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고통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경영계획의 주요 내용들이 인원 동결과 결원 미충원, 신규채용 중단, 인력 재배치, 무급휴가·무급휴직, 연장근로 자제, 근무시간 단축 등 인력운영 효율화와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간호사 채용 현실과 PA간호사들의 무분별한 증원으로 인한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신규간호사 채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간호사 채용 중단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영남 A국립대병원으로 497명이었으며 경기 B사립대병원 268명, 충청 C사립대병원 250명, 영남 D사립대병원 150명 등의 순이었다.

또한 PA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 이후 병원이 PA간호사를 늘렸다고 응답한 의료기관은 총 49곳이었으며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의 경우 의료기관 실태조사에 참가한 총 47곳 중 43곳(91.5%)이 PA간호사를 늘렸다.

일반간호사를 PA간호사로 전환한 곳은 전체 48곳,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은 47곳 중 44곳(93.6%)이었다.

‘PA간호사 시범사업 리스트에 의해 시범사업 이전에 PA간호사가 하지 않던 업무를 PA간호사가 담당하게 돼 PA간호사 업무가 늘어났다’고 응답한 곳도 49곳에 달했으며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은 47곳 중 42곳(89.4%)이었다.

PA간호사 시범사업에 따라 증가된 업무에 대해 교육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곳은 총 22곳,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은 47곳 중 14곳(29.8%)이었다.

PA간호사가 의사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곳은 1곳이었으며 PA간호사가 의사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근접오류(아차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곳도 8곳이나 됐다.

이는 제대로 된 교육훈련 과정도 없이 의사업무를 PA간호사에게 떠넘기는 PA간호사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보건의료노조는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정갈등과 의사 진료거부 사태로 인한 의료 파행의 틈바구니에는 수많은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피눈물과 고통이 스며있다면서 의사 진료거부 사태 장기화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급휴가·무급휴직 강요, 연차휴가 사용 강제, 시간외근무 자제, 근무시간 단축 등은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임금 삭감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고 비정규직은 계약만료와 동시에 일자리를 잃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채용돼 일해야 할 신규간호사들은 언제 채용될지 모른 채 대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고 의사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는 PA간호사들은 업무량 확대와 노동강도 강화, 불법의료 책임과 의료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노조는 6월 내 진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사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의사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의료현장의 의사 부족 실태와 문제점을 폭로하는 투쟁 △의사가 부족해 의사 업무를 타 직종에게 떠넘기는 불법의료 사례와 갑질 사례를 국민에게 알리는 투쟁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의사인력 양성과 배치방안을 사회공론화하는 투쟁 △의사 진료거부와 진료 파행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조치를 낱낱이 알려내고 저지하기 위한 투쟁 △의정갈등과 의사 진료거부 사태로 인한 수련병원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투쟁 △필수·중증·응급의료 공백 해소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 △의사들의 진료공백을 온몸으로 메우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투쟁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 세우고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올바른 의료개혁투쟁 등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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