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24 포럼2] 의대증원 정책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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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2024 포럼2] 의대증원 정책 어떻게 풀어야 하나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4.04.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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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장: 윤을식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 패널: 안덕선 고려의대 의인문학교실 명예교수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
           김창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좌장 : 윤을식 의료원장. 패널 : 안덕선 명예교수, 이형기 교수, 김창수 교수, 조승연 교수, 권용진 교수(사진 왼쪽부터)
좌장 : 윤을식 의료원장. 패널 : 안덕선 명예교수, 이형기 교수, 김창수 교수, 조승연 교수, 권용진 교수(사진 왼쪽부터)

■ 좌장: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으로 인해 전공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전공의가 빠진 병원의 의사들 또한 지쳐가고 있다. 정부와 의사 서로 물러서지 않고 대치하고 있으며, 뚜렷한 해결책마저 없어 의료 정상화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머리를 맞대보고자 한다.

■ 안덕선: 정부는 결자해지해야 한다. 의대증원 정책이 왜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는지 생각해보면 물러서야 할 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토끼몰이 사냥하듯 의료계를 윽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전공의나 학생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얘기하는 심각한 시대착오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업무개시 명령이 과연 민주화 정부가 추구하는 방안인 것일까? 업무개시 명령 등은 전쟁과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노동 자유 지수가 매우 낮은 나라이다.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만든 사람이 다시 고민해야만 한다.

의료체계는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산술적인 모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의료체계의 문제를 의사 숫자 늘리는 것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발상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자료를 앞세우고 있지만, 전문의 숫자로만 따지면 우리나라는 상위그룹에 속하며,누구나 원하는 때에 진료받을 수 있을 만큼 진료량 많은 나라라는 것은 왜 얘기하지 않는 것일까?

의료개혁을 위해 정부는 이제껏 제대로 된 연구나 논의를 해오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의료 형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심각하게 고민한 적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인가? 의사들은 현재 이런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을 갖추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 맞다. 중개기구를 육성해 풀어가야 함에도 정부가 직접 하려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각각의 나라는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다. 각 나라 실정에 맞는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기초부터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 이형기: 해결책은 간단하다. 묶은 쪽이 풀어야 한다.

전공의의 일괄 사직을 촉발한 이유는 정부가 사전예고 없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것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책 패키지의 첫 꼭지가 현재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진 의대정원 증원이다.

전공의는 실체를 규정하기 어려운 집단으로,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독려 또는 겁박하고 있지만 불리할 수밖에 없다. 5월까지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에서도 의대생들이 모두 떠나 2주에 한두명 두고 수업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이는 6년 동안 의사인력 충원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부가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1~2년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외부자문 등의 방식을 통해 의대증원에 대한 근거있는 숫자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의사수 증원으로 의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시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의사수 증원이 경쟁 증가와 의사수입 감소, 의료비 감소 등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의사수가 증가하면 의료비 또한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비 증감에는 의사수 보다 다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 이에 정부의 의료비 감소 주장은 근거 없는 외침일 뿐이다.

특히 한 두명의 연구자가 단독으로 의사수 증감을 제안하는 형태는 지양해야 한다. 선진국인 미국은 의학한림원 중심으로 의사수를 조정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 김창수: 규정과 정책은 법에 근간을 두되 사회 질서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2천명 증원이라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과 그간 논의를 이어 합의한 부분의 근간을 흔든 일이다. 이 정책은 의정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어느 일방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공의와 교수 사회에서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대치상황을 풀 수 있는 방안은 딱 하나이다. 원점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이제껏 논의한 적이 없었기에 ‘재논의’라는 말을 써서도 안된다.

의대증원에 대한 근거를 만들 수 있는 의료수급 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일본에도 20여 명이 참여한 이같은 위원회가 존재한다. 위원 20명 중 10명 이상 과반이 의사로 구성됐다. 이는 과학적 근거 평가에 비과학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뤄진 구성이다. 우리도 이같은 형태의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시스템은 이후 검토해나가면 된다.

우리 의료체계에서 필수의료의 수가가 낮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수가를 올리는 것에는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환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했다면 현재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책임에 대한 방기이다.

정책을 만드는 자는 정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에 반대한다고 의사에게 정책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위원회(협의체) 구성에서 정부가 여러 단체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지만 협의의 주체는 전공의가 돼야 한다. 정부는 2천명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가져오면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는 전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빼고 논의한다는 격으로, 알맹이 없는 협의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 조승연: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의 문제를 만든 것은 정부이다. 그렇기에 의료체계에서의 문제를 키워온 것은 정부이다. 과거부터 여러 통계에서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의사들이 앞장서서 인력을 늘리는 것에 반대해왔기에 의사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의대증원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지만, 이가 해결돼서 전공의들이 돌아온들 병원들은 과거와 같은 형태로 운영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으로 전공의 의존도가 너무 높은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외에서는 전공의가 병원 운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한국은 전공의들이 손 놓으면 병원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 시점은 정부의 백지투항이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계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전공의를 수련하는 대학교수님들은 전공의들에게 냉철한 자세로 가치를 일깨워줘야 할 것이다.

가치 지향적인 정책이 의미있는 것이다. 의사수가 늘면 의료질 향상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의사 숫자가 늘고 전문의 중심의 병원이 되면 환자가 느끼는 질 또한 높아질 것이다.

■ 권용진: 정부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료개혁과 의대증원, 정공의 복귀...이 중 정부는 과연 무엇이 목적인 것일까?

전공의를 돌아오게 하려면 정부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전공의가 없으면 수련병원이 망한다? 전공의가 없다면 병원에 자금을 지원해 전공의 없이 진료가 가능하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2천명이라는 증원에서 과연 숫자가 더 적었으면 전공의들은 병원을 나가지 않았을까? 애초 의료계가 주장하는 350명이었더라도 전공의들은 병원을 나갔을 것 같다.

의대정원 문제는 정부가 ‘2천명’에서 물러서고 전공의도 ‘원점 재검토’에서 물러서야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의료개혁 목표를 잘 설정했다고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근대사 전반에 걸쳐 발생한 문제로, 하루아침에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 상황에는 의료계의 책임도 절반 이상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가 단일보험자가 될 때부터 의료계와의 갈등은 예정돼 있던 일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 모든 직역을 대표할만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의협은 그간 정부와 논의를 이어오며 정부의 방향성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협은 크게 반발하지 않고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제와서야 크게 반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 상황은 정부 한쪽만 잘못한 것이 아니다. 의협은 정치와 정책 모두에서 실패했다. 전공의 또한 의사협회라는 그늘 안에 있기에 의협에서 분리되지 않는 한 책임이 있다. 정부의 정책이 못마땅하다면 정부보다 좋은 안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연 정책 과정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의사가 모두 뒤집은 격인 상황이다.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팩트이다. 과거부터 의사 공급의 증가보다 수요의 증가가 빠른 상황이 이어졌다. 의대정원 문제에서 정부가 한발 물러선다고 하면 의료계도 한발 물러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정부가 전공의들의 행동에 물러서기 싫다고 생각한다면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아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게 재원을 투입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 좌장: 지방거점국립대 대규모 증원에 대한 방향성은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 김창수: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정원을 증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방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증원을 발표했다. 솔직히 이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현 상황에서 지방거점국립대 중심의 의사수 증원이 과연 필수의료·지역의료 살리기의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충북대학교 의과대학과 같은 곳은 본원에 시설 등 인프라 확장 여력 없는 상황이어서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 2천명의 숫자를 반드시 늘려야 한다면 시설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자본을 투입해서 어떻게든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추후 숫자를 다시 줄여야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어렵게 만든 시설과 인프라는 어찌되는 것인지 정부는 고민을 안하는 것일까?

■ 안덕선: 2천명 증원은 신설의대를 여러 개 만드는 것과 다를 것 없는 상황이다. 신설 의과대학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현 상황에도 약점으로 지적되는 임상실습의 악화는 더욱 문제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서남의대 폐지 사례를 벌써 잊은 것인가?

정부 쪽에는 의학 교육의 연속성 등을 이해할만한 전문가가 없다. 교육의 질 저하는 분명한 만큼 대규모 증원은 무모한 일이다. 학교에서 요청한 증원에 대한 숫자를 제대로 검토하고 계획하는 것에만도 일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고만 있다. 현재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 이형기: 현 인프라에서 의료교육의 파행은 뻔하다. 의사수 늘린다고 의료의 질이 반드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전에 전공의들의 실습 기회가 줄어들며 술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사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 조승연:  응급·필수의료 분야에서 보면 지역의료는 이미 붕괴된 상태이다. 빨리 살려내야 한다. 급격히 늘어난 인력이 문제가 된다면 천천히 줄여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수련을 잘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면 되고, 이를 위한 재정 투자도 어떻게 이뤄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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