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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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우작"
  • 윤종원
  • 승인 2004.11.0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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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우작(Uzac)"이 11월 5일 서울 코엑스아트홀 등에서 뒤늦게 선보인다.

1982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일마즈 귀니 감독의 "욜"이 89년 3월 개봉한 것에 비하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지만 당시 지각 개봉의 이유가 권위주의적인 정부와 터키 대사관의 방해 때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 오히려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작"이 극장을 쉽게 잡지 못한 까닭은 단지 흥행 가능성이 낮다는 것. 굴지의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 보고도 관객이 몰리던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예술성과 실험성이라는 단어가 흥행의 독소로 작용하는 세태는 더욱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나마 프리머스(제주), 부산DMC, 광주극장, 목포 제일극장, 대구 동성아트홀등 각지에 예술영화전용관이 들어서고 새로 문을 여는 코엑스아트홀이 개관 기념작으로 선택하면서 "우작"도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대다수 극장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우작"은 배우들의 얼굴도 낯설고 형식도 생경하며 줄거리 전개도 지루해 보인다. 그러나 칸을 비롯한 많은 영화제의 심사위원들과 유수 언론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만큼 곳곳에 매력이 담겨 있다.

영화는 시골 마을의 들판에서 점으로 시작된 한 사람이 차츰 카메라로 가까이 걸어오는 롱테이크(길게 찍기)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스프는 일자리를 찾아 이스탄불에 있는 사촌 형에게 가는 길이다.

배경은 바뀌어 사촌형 마흐무트의 집. 사진작가인 그는 아내와 헤어진 뒤 정부와 가끔 정사를 즐기다 유스프가 찾아오자 사생활을 방해받는다. 처음에는 고향 안부도 궁금한 데다 며칠만 있으면 선원으로 취직할 것이라는 기대로 기꺼이 맞아주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일자리를 구할 기미가 보이지도 않고 자신만의 생활 공간에 그가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넓어지자 짜증을 내고 만다. 유스프도 형의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유스프와 마흐무트의 갈등은 마흐무트가 회중시계를 둔 곳을 잃어버려 유스프를 의심하면서 폭발하고 만다.

등장인물도 단출하고 줄거리도 단순한 데다 대사마저 거의 없어 지루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의외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촌향도 현상에 따른 공동체 파괴와 구직난 등 터키의 사회상이 잘 드러나 있으며 이슬람 세계답지 않게 성적 관심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대목도 웃음을 자아낸다.

연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실감나는 두 주인공의 표정과 대사가 인상적이며성 소피아 사원과 보스포루스 교 등 이스탄불의 경관, 터키 시골의 풍경 등도 볼 만하다.

누리 빌게 세일란(45) 감독은 97년 장편데뷔작 "카사바"로 이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칼리가리상과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을 차지한 터키 영화계의 기대주로 "우작"에서 감독과 시나리오는 물론 촬영에 편집까지 도맡았다. 사진작가 출신답게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며 터키 대사관 주관으로 내년 4월 서울 코엑스와 광주예술회관에서 풍경과 인물 사진 53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주인공 무자페 오즈데미르(마흐무트)와 에민 토프락(유스프)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함께 뽑혔으나 토프락은 수상 발표를 앞두고 교통사고로 숨졌다.

제목 "우작"은 "아득히 먼"이란 뜻의 터키어로 해외에서는 "Distant"란 영어 제목으로 소개됐다. 상영시간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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