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제한, 환자·보호자들 호응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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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안 제한, 환자·보호자들 호응 높아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8.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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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서상 병문안 필요…면회시간 늘리자는 지적도
병문안 제한 조치 실시한 화순전남대병원 순항중
“그간 다른 환자의 방문객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떠드는 바람에 편히 쉬지 못하고 짜증만 났지만 이젠 병문안 가능시간에만 면회를 허용해주니, 치료와 안정에 훨씬 도움이 된다.”

지난 8월1일 병문안을 본격적으로 제한한 화순전남대병원(병원장 김형준)에 입원 중인 환자 김 모(61)씨는 제도 시행을 이같이 반겼다. 또한 병실내의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도 김씨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위암 치료중인 남편을 돌보고 있는 최 모(47)씨는 “지난 휴일 옆에 병상의 환자를 문병하러 온 10여명의 단체방문객들로 인한 불편에 항의도 못하고 속앓이만 했다”며 “중증질환의 환자들이 많은 병원인 만큼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병문안을 적절히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부산·대전 등 대도시의 상당수 대형병원들이 ‘제2의 메르스 사태’ 예방을 위해 병문안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화순전남대병원의 병문안 제한조치는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지역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지만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한 비(非)대도시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권 최대의 암치료 국립병원인 화순전남대병원은 광주 근교의 전원도시이자 무등산 국립공원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환자들 상당수는 광주·전남의 노령 층이다. 따라서 화순전남대병원의 이번 제한조치는 병문안 문화 개선이 도·농을 막론하고 전국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기도 하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지난 8월1일부터 면회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병동 병문안객의 출입을 통제해 왔다.

면회시간은 평일 오후 6시~8시, 주말과 공휴일엔 오전 10시~12시와 오후 6시~8시로 제한했다. 지역의 특성을 감안, 수개월 전부터 홍보해왔다. 입원환자들이 있는 병동 입구엔 스크린도어가 설치됐고, 벽면에 지정된 병문안 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부착됐다. 환자의 보호자에겐 통행이 가능한 출입증을 1매만 발급, 병동출입을 최소화했다. 병문안객들은 반드시 기록지를 남겨야한다.

이날 1층 안내데스크엔 병문안과 관련해 문의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잦았다. 상당수 방문객들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오늘부터 허용된 시간에만 병문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병문안 제한 취지에 동감해, 허용시간대까지 기다리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부 항의도 있었다. 완도에서 왔다는 정 모(58)씨는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한 뒤, 시내버스를 이용해 화순까지 오려니 서너시간이 걸렸다. 저녁시간에만 잠깐 면회를 허용하면,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환자면회 허용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행한 조 모(57)씨도 “시골정서상 병문안을 가지 않으면 관계가 끊어진다. 면회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병원장은 “환자·보호자·병문안객의 자발적 협조가 없으면 모든 방문객을 일일이 통제하긴 어렵다. 메르스사태를 거울삼아 ‘병문안이 예의’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시행초기라 불편하겠지만, 환자와 방문객 모두의 안전과 감염예방을 위한 조치라는 걸 이해하고 협조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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