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앞둔 연명의료법, 의료계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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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앞둔 연명의료법, 의료계 우려 여전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6.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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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과 유보 개념 불명확…대상 분리 필요
연명의료 결정 대리인 제도 도입도 요구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현장의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결정의 개념이 혼재돼 법 본래 취지와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상되는 여러 문제 중에서도 연명의료 중단과 유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의료인들이 연명의료 유보를 통해서 사망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어 연명의료 중단과 유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6월20일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강창일·인재근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토론회에서 박진노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법제이사는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박진노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법제이사는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예상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저해요인’이라는 발제에서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 분리 필요성을 주장했다. 과 대리인 지정제도 도입 등 개선안을 제시했다.

박 이사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서만 이법이 시행된다면 의료계의 우려는 적어질 것”이라며 “연명의료 유보는 제외하고 중단만 연명의료결정법에 넣으면서 유보의 의미가 있는 호스피스는 연명의료 결정내용에서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임종에 적용되는 법인지, 특수상황에 적용되는 법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특수 상황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입법이 모든 임종 과정의 환자에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법 조항에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법의 적용을 받는 환자인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행을 앞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문제점도 열거하며 먼저 연명의료에 대한 정의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이사는 “연명의료는 암 환자를 포함하는 말기 환자뿐 아니라 모든 임종 과정 환자에 적용하는 것이므로 항암제는 빼고 승압제, ECMO, 비침습적 인공환기 등은 포함돼야 한다”면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행시 일률적으로 영양분, 산소, 물 공급을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연명의료 정의를 수정하고 ‘단,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시행한다’는 조항을 추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본인이 작성하게 되어 있는 현재 법률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DNR 등이 불법화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박 이사는 “연명의료결정법과 하위법령에서 요구하는 행정적 요구사항을 진료현장에서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며 “현재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DNR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금의 연명의료법보다 환자의 존엄한 죽음에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의료진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도한 벌칙조항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조장하는 폐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이사는 “의료진이 처벌조항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방어적으로 진료하게 돼 오히려 연명의료를 조장하게 된다”며 “법률전문가의 해석 없이도 누구라도 쉽게 해당 조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개정·보완이 필요하고 시범사업 시행 기간 동안 벌칙 조항은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밖에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판단 △말기진단 절차 담당의사에 전공의 포함 여부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자에 모든 임종기 환자 포함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점 △과도한 서식지 △윤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 이행 보고 △중앙 및 권역별 호스피스센터, 호스피스 사업의 위탁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평가 △인력·시설·장비·운영 기준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진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대리인 제도의 필요성을 발표한 최경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료인에게는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를 대신해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대리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연명의료 결정에 있어 대리인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그동안 의존해 왔던 비법률적인 ‘보호자’ 개념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면서 “가족 일부의 대리 결정 역시 법률적으로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연명의료법은 이런 현실을 일부 반영해 의사 추정에서 가족 2인 이상의 의견 일치, 대리 결정이 필요한 경우 가족 전원의 결정을 법률에 반영하고 있지만 무연고자의 경우와 치료거부권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의료 대리인 지정 규정 마련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호스피스나 연명의료와 관련해 민법의 성년후견인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민법의 성년후견인 제도의 입법 취지는 연명의료 유보 또는 중단의 대리결정과 부합하는 것도 아닌 만큼 의료결정과 관련된 의료 대리인 지정 절차를 규정하고 이것이 특별법의 지위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다”고 판단했다.

또 현재 연명의료법에는 호스피스 이용신청의 경우 지정된 대리인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 결정이 시의 적절하게 내려질 수 있도록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련 전문 분야의 전문인력의 협조를 받아 의사결정이 진행될 수 있는 총체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현장의 이같은 의견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 이전에 호스피스완화의료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연명의료결정법이 내년 2월 시행이다.

법은 이미 완성 됐고 하위법령 입법예고도 끝났다. 이제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다”며 “복지부가 생각하는 호스피스에 대한 비전은 특별한 의료가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선택에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정책관은 “수련·연수과정의 인프라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의료인·의대생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사망, 호스피스에 대한 대응 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향후 입원형, 자문형,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통해 수가가 책정될 것”이라며 “매뉴얼, 인력 기준을 선도해 나갈 중앙호스피스센터 지정도 목전인 만큼 법령에 대한 현장 적용을 살피고 국민, 법조계, 의료계의 목소리도 지속해서 듣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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