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 조정 기피 사유는 객관성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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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원' 조정 기피 사유는 객관성 미흡
  • 박현 기자
  • 승인 2016.05.1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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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배상공제조합 비교분석 결과, 위자료과다와 감정결과 객관성 미흡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사장 강청희, 이하 '공제조합')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과 동시에 조정중재를 신청한 건에 대해 비교 분석한 결과 중재원의 조정중재금액의 위자료가 과다하게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36세 임신(40주2일)으로 자연분만(여/3.16kg) 후 직장 및 질누공이 발생한 건에 대해 중재원이 약 4천300만원을 산정했으나 공제조합의 동일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약 2천400만원이 산정됐다.

중재원의 경우 위자료의 산정을 3천200만원, 공제조합은 1천만원을 산정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남/78 좌 족부 죽상경화증으로 좌족지 절단 후 입원치료 중 낙상으로 대퇴골 골절 및 두부 좌상 등 발생, 이송 후 66일간 입원치료중 사망 건에 대해 1차병원의 조정결정금액을 중재원에서는 위자료로 2천100만원을 산정했으나 공제조합은 책임제한 30%에 위자료 700만원 포함 806만원이 결정됐다.

위자료는 환자의 신분, 지위, 재산, 장해, 기타의 모든 사정이 고려의 기준이 되어야 하나 동 건의 경우 별도의 장해가 없고 1차병원의 책임제한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위자료를 과다하게 책정됐다는게 의료전문변호사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남/57세 하지정맥류 수술후 우측 발목 피부괴사발생 건에 대해 중재원의 감정위원은 우측 하지정맥류 수술 후 우측 발등에 염증이 발생해 수술과 연관성의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으나 수술 부위에서 가 아닌 발등에 봉와직염이 발생함.

입원 중 측정된 혈당증가로 본인도 모르는 당뇨로 인해 수술 후 스트레스로 악화되어 감염에 대한 감수성으로 봉와직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료된다는 소견으로 4천70만원 합의권고 했으나 공제조합에서는 2천172만원이 결정됨.

중재원의 감정결과를 보면 관련 병원의 큰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금액이 산정됐으나 병원 측에서 조정에 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임.

최근 국회에서 '사망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에 대한 의료분쟁의 경우 당사자 일방이 중재원에 조정중재를 신청할 경우 자동개시를 강제화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망의 경우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인지,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인지에 대한 구분없이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며 중상해의 경우 그 범위가 모호해 조정절차 자동개시 여부에 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중상해'는 법률적으로 범죄행위인 '상해'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규범적 개념으로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때'로 정의되는 바(형법, 군형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의학용어가 아니므로 의학적으로 중상해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

결국 '중상해'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 따라 결정되므로 당사자로서는 법률만으로 '중상해'의 범위 즉, 조정절차 강제개시의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법적안정성을 침해하는 포괄위임입법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신체에 대한 침습을 전제로 하고 모든 의료행위에는 그 의료행위 자체에 수반되는 결과의 위험성이 있지만 환자가 자신의 질병 등 현상태로 인한 부담과 의료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위와 같은 의료행위상의 위험으로 인한 부담보다 더 크다고 판단해 의료행위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의료행위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행위로 인한 좋지 않은 결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행위를 행한 의료진에게 그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의료행위의 시행 자체를 과실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서울지방법원 2003. 10. 29. 선고 2002가합15080 판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인이 그 부작용이나 합병증 또는 현재 상태보다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사전설명을 하고 최선의 조치로서 의료행위를 한 결과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단순히 중상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조정절차에 무조건 응하도록 한다면 사실상 중대한 질병치료나 수술 등에 대해서는 모두 조정절차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제조합의 강청희 이사장은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이 중재원의 조정신청을 기피하는 본질은 의료분쟁에 대한 조정금액 산정의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에 따른 의료인의 불신에 따른 기피 현상”이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재원의 조정부 및 감정단 구성의 질적·양적 신뢰성 제고 및 양당사자의 동등한 권리확보 등을 위해 공제조합의 전문적인 심사위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없이 의료분쟁의 강제개시만을 도입하는 것은 전면 수정하거나 재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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