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료급여 환자 차별말라'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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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료급여 환자 차별말라' 헌법소원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5.12.2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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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제자리인 진료비로 적정 처방, 입원, 상담 불가
의료인력, 시설기준 건보와 동일한데 수가만 10배 차이
"같은 병원에서 같은 의사에게 동일한 질환을 진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처방 약, 입원, 상담 등 핵심치료과정에서 차별을 받으니 눈물이 난다"

정신질환을 앓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치료를 받을 때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는 "정기적, 합리적인 수가 인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현행 '의료급여법'은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의 기초가 되는 건강권을 해치고 있다"며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 10명을 대리해 헌법재판소에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급여법에서 정신과질환 진료비는 복지부장관이 정액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진료비를 언제 인상할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현재 진료비는 하루 2천770원. 정신분열증에 쓰이는 약 한 알이 2천원 정도인점을 감안하면 하루치 약값도 안된다.  

2008년 이후 약 8년째 오르지 않은 이 금액은 현재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의 하루 평균 진료비(2만7천704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입원 식대 역시 2000년 3천360원으로 정해진 이후 15년이 넘도록 오르지 않았다.   

지자체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는 의료급여 환자는 정해진 금액 한도 내에서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어렵고, 병원에서는 의료급여 환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환자들은 주장한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의료급여 환자들은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들은 약효를 떠나 무조건 값싼 약을 처방받고 상담이나 입원도 거부당하기 일쑤"라고 강조했다.   

의료급여법상 의료급여에 비용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다. 또 시기나 방법 등을 법률에 규정하지 않아 장관이 진료비를 인상하지 않는 한 별다른 대안이 없다.  

현재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의 권한으로 의료급여의 기준 및 수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건강보험이 1년 단위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단가 계약을 하는 것과 달리 정기적인 소집 및 심의를 할 법적 근거가 없어 위원회는 거의 개최되지 않고 있다.

이용환 변호사는 "복지부 장관이 수가를 임의로 정하게 돼 있는 현행 의료급여법 자체를 고쳐, 수가를 올리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 해 약 200만 명의 환자가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는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약 7만 명이다. 특히 이 중 80%에 달하는 약 5만6천여 명이 의료급여 수급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의료급여 수급자의 약 4분의 1이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보험가입자보다 4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음성소망병원 이강표 이사장(정신과 전문의)는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서는 지금의 정액제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진료를 보면 볼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으로 병원 경영난이 한계치에 달하고 있다. 현실을 고려한 정책 마련이 절실한 때”라고 조언했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곽성주 회장은 “의료 인력과 시설 기준은 건강보험과 동일하면서 급여환자 수가만 묶어놓는 것은 명백한 차별 정책”이라며 “의료급여환자와 병원 모두를 배려한 수가정책이 시급한 만큼 향후 법적대응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급여는 중위소득의 40% 이하(4인가족 기준 월소득 176만원 이하)인 수급자들에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료 비용 전액을 부담해 주는 복지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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