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醉)녀, 우울 술로 달래려다 추(秋)녀 아닌 추(醜)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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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醉)녀, 우울 술로 달래려다 추(秋)녀 아닌 추(醜)녀 된다
  • 박현 기자
  • 승인 2015.10.14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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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솔로 직장인 김희영(가명·35·여) 씨는 얼마 전부터 퇴근길에 소주 한 팩을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 더운 여름 친구들과 함께 마시던 맥주 한두 잔은 가을 찬바람과 함께 찾아온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한 나홀로 음주로 바뀌었고 맥주는 소주로 바뀐 지 오래다.

쌀쌀해진 바람에 코트 깃을 여미고 쓸쓸함을 달래야 할 것 같은 가을이 찾아왔다. 낭만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우울한 마음을 술로 달래는 여성들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자료에 따르면 9월 여성 알코올 상담건수가 지난 8월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상담사례에는 가벼운 알코올 남용 수준부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음주습관까지 다양한 음주문제가 있었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계절의 변화로 인한 우울증과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 불안, 화병 등의 정서적인 문제로 술을 찾는 경향이 높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헬조선, N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류에서 밀려난 여성들이 사회적 외로움을 나홀로 음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을은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우리 몸의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기분이 저하되고 잠을 설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우울한 기분이 생기기 쉽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가을을 많이 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여자들에게서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

문제는 적은 양의 알코올은 특정 뇌세포를 직접 자극해 일시적으로 기쁨과 행복감을 일으킬 수 있지만 알코올 효과가 사라지고 난 후에는 다시 우울해지게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우울감을 잊기 위해 마셨던 술이 결국 더 많은 양의 술을 불러와 알코올 남용, 의존이라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만든다.

실제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 중인 여성 환자들 중에는 가벼운 우울감이나 울적함을 술로 달래다가 결국 알코올 의존증으로까지 발전한 사례가 많다.

허성태 원장은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과 술 문제가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울증이 있는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항우울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적어지고 알코올의 특성상 쉽게 흥분하게 돼 자칫 충동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게다가 알코올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적이다. 지속적인 음주는 간 기능을 약화시키고 자율신경 기능 이상을 가져오는데 자율신경계가 자극을 받으면 혈류가 왕성해지고 혈관이 팽창해 안면홍조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알코올은 비타민과 칼슘의 흡수를 막아 피부나 머릿결의 탄력성을 떨어뜨려 거칠고 푸석거리게 만든다.

그렇다면 쓸쓸한 계절, 가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흔히 말하는 '가을탄다'와 같은 계절성 우울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우울감에 술을 입에 대기보다는 하루 1시간 이상 햇볕을 쬐어주고 가벼운 산책과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들기 한두 시간 전에는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만약 스스로 음주를 조절하지 못하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면 반드시 가까운 알코올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상담과 진단을 받아야 한다.<도움말=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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