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조제 보조역할' 허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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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조제 보조역할' 허용 필요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5.01.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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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 제23조 제4항 '직접' 문구 삭제
무면허 조제행위 형사처벌 규정 개선을
의사의 지휘 하에 간호사가 조제의 보조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1월26일 개최된 ‘병원 내 부자격자 불법조제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한국병원약사회가 후원한 토론회다.

현 변호사는 “약사법 제23조 제4항 ‘(의사) 자신이 직접 조제’라는 부분은 의사의 진료권, 간호사의 진료보조권을 인정한 의료법과 규범의 내용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된다는 점에서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의사에게 원내조제를 '직접'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의약분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오히려 간호사에게 의약품 조제업무를 보조하도록 하면서 그 과정에서 의사의 처방행위를 감시·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의약품 오·남용 및 약화사고를 예방하는데 보다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규정은 의료법에서 인정한 간호사의 권리와 지위를 의약품 조제 있어서는 ‘의약품 자동포장기’와 같은 기계적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것으로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간호사는 투약 및 주사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데, 그 준비단계에 해당하고 위험도가 낮은 조제를 보조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 변호사는 “의약품 조제를 간호사에게 위임하고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의사의 부작위행위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동일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책임원칙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약사법 제23조 제4항에서 ‘직접’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무면허 조제행위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사의 조제행위에 대한 수가 인정 △원내조제료의 현실화 △의료기관내 약사인력 기준 개정 등 관련제도 정비를 제언했다.

이평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법정 인력을 충원할 약사인력이 부족한 현실과 다양한 장소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조제에 대한 약사인력의 대처능력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행 법규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의사, 약사, 정부 등)이 ‘직접 조제’에 대해  융통성 있는 적용에 동의하거나, ‘의사의 책임 하에 조제’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의약분업은 외래(기관분업), 입원(직능분업)으로 혼재돼 있다며, “외래에서 직능분업이 배제된 상황에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입원의 직능분업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약사법 제23조 제4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홍수의 아름다운강산병원장은 진료현장에서의 투약현황을 설명하며, 법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응급환자의 경우 의사의 지시로 간호사가 도파민을 정맥용 수액이나 아트로핀, 에피네프린 등을 조제, 투약하는 사례를 설명했다.

인공신장실에서의 조제와 투약은 의사 및 간호사 외에는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호르몬제와 조혈제, 이슐린 같은 주세의 경우에도 환자의 그날 검사결과에 따라 의료인에 의해 용량, 용법이 결정돼 조제 투약된다고 했다. 

홍 병원장은 “현재와 같이 ‘직접’을 해석하면 병동 혹은 수술실에서 약사가 들어와 조제(무면허 의료행위)해야 하는 불합리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직접’은 의료인의 책임 감독하에 시행하는건데 엉뚱하게 해석되고 있으며, 지금처럼 법이 유지된다면 대부분의 병원이 ‘불법조제’로 몰릴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의경 교수는 간호사의 조제 허용에 대해 약사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이고,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면허 및 교육범위 이외의 불법적인 업무 수행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선진적 약제서비스 제공을 위해 △약사 인력정원 기준 개선 △건강보험 수가 부여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의 인증기준에 약제업무 질평가 항목 추가 등을 제안했다.

주사제, 퇴원환자, 특정약물, 특정질환 등에 대한 조제 및 복약지도료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모세 대한약사회 보험위원장은 오히려 “환자의 안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의약분업의 예외 범위가 최소화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약사법에서는 약사와 달리 의사에게 너무 많은 예외를 두고 있어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병원약사 인력기준을 상향해 줄 것과 원내 약국 조제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홍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환자의 입장에서 지금의 입법을 더 강화해 주사제 등의 약화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연화 한국소비자생활연구원장도 “조제 범위를 두고 직역간의 갈등보다는 어떻게 협조해 문제를 해결할지를 모색해야 한다”며, “의료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윤옥 의원은 “병원 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 제도로 인해 의료행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조제행위가 ‘불법’으로 양산되는만큼 의약단체의 의견을 잘 수렴해 국민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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