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보완 아닌 '새 판'을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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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보완 아닌 '새 판'을 짜자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4.07.0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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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비정상의 정상화 - 건정심, 수가결정구조
의정합의 '12월의 약속' 이행 서둘러야
▲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전경
최근 마무리된 내년도 건강보험 수가협상에서도 수가결정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더 이상 이 구조로는 수가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공급자단체의 생각이다.

2015년도 수가협상이 결렬된 치과와 한의과의 수가인상률과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다룬 6월19일 건정심에서 ‘왜 수가결정구조를 바꿔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공급자단체 건정심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치과와 한의의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반면, 가입자단체와 공익위원들은 모두 “공단이 제시한 최종수치보다 -0.1%의 페널티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다수결로 위원 수에 우위를 점한 가입자단체와 공익위원들의 의견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언제나 공급자단체는 건정심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의사결정구조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기능변경과 건정심 위원 재구성 및 합리적은 운영을 제안한 바 있다.

민응기 병협 보험위원장은 “재정운영위가 수가협상 당사자간 자율적인 협상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수가계약과 관련해 운영위 기능을 공단 이사장 자문기구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단 재정위와 건정심 위원의 겸직을 못하게 하고, 건점심 공익위원은 가입자·공급자단체에서 동수로 추천한 전문가와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1명으로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공익위원에게는 요양급여비 계약에 관해 제척·기피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가계약 실패의 부담을 계약당사자 모두가 형평성 있게 분담하는 구조로 개편한다는 취지아래 조정·중재기구를 설치하고 조정·중재안 결렬시 복지부 장관이 경제지표와 연동한 금액을 직권으로 고시하는 안이다.

이 밖에 상호 대등한 수가계약 관계가 성립될 수 있도록 보험자와 의약계를 대표하는 사람 모두에게 심평원에 요양급여비용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토록 할 것도 요구했다.

▲불평등한 수가협상 구조

현재 가입자 위주로 구성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는 건강보험재정만을 고려한 채 일방적으로 수가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그 결정에 공급자 당사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인상폭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수가협상 내내 설명이 없다.

공급자단체의 선택은 협상이 아닌 ‘던져주는 수가’에 받을지 말지에 대한 결정뿐이다.

수가계약시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받도록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협상당사자인 공단 또한 재량권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급자단체에게 전달자 역할만 하는 공단과 수가에 대해 실질적인 협상을 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매년 공단은 자체 연구결과를 근거로 급여확대에 따른 물가상승률, 요양급여비용의 변화, 병상 및 기관수 증가 등을 고려해 유형별 수가인상률을 결정한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 연구결과에 있어 유형별 순위만 적용할 뿐 수가인상률에는 재정운영위원회 결정에 따른다. 그와 더불어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한 부대조건을 제시한다.

공급자단체는 결정과정과 적용이 불투명한 산출근거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인한 진료량 증가를 의료공급자에게 책임을 두고 수가를 조정하니, 억울할 뿐이다.
 
수가협상 결렬의 책임은 공단·공급자 양 당사자 간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자에게만 책임을 물어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공단의 우월적 지위를 건정심에서 확인시켜 주고, 공단이 성실히 협상에 참여할 동기부여를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수가협상 결렬시 중재기능 부재

수가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에서 수가를 결정하게 되는데, 중재기구로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상실한지 오래다. 위원 구성은 가입자 8인, 공급자 8인, 공익 8인이다.

공단의 경우 가입자를 대표해 협상을 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위원에 분류돼 있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을 참여하고 있는 위원도 공익위원에 포함된다. 불공정한 구조다.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표결로 의결되는 건정심 구조상 지금의 위원구성으로는 중재기능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가협상 결렬 단체에 합리적인 조정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낮게 조정한다는 것은 공단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같은 수가결정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의정합의 사항에 포함됐으며, 최근 병협과 의협 회장 간담회에서도 상호 공조해 나갈 것을 합의한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지속적으로 △동등한 협상에 의한 계약보장 △협상결렬시 공정하고 객관적인 중재기능 강화 △협상결렬시 최소한의 인상률 적용 장치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동등한 협상에 의한 계약보장

먼저 재정운영위원회의 기능을 심의기구로 축소해, 협상당사자로서의 공단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보험재정에 대한 의결은 건정심으로 단일화하는 것이다. 

수가협상 이전에 건강보험 재정과 요양기관 경영상황 등 상호간에 이해의 폭을 넓혀 인상률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통해 원만하게 수가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협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가결정 원칙 및 연구결과에 대한 공유와 검증을 통한 절충안 도출 후 결정 원칙을 적용해야 타당성과 투명성을 확보 할 수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중재기능 강화

건정심 공익위원은 가입자와 공급자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정·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연구 수행자, 가입자 대표인 재정운영위원 등은 배제해야 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 표결이 이뤄지는데, 그 전에 최종 협의 기회나 전문성과 객관성을 지닌 위원으로 구성된 별도 조정기구에서 최종 조정하는 방안이다.

▲최소한의 인상률 적용 장치 마련

보험재정의 안정화만을 고려한 수가결정이 아닌 국가 보건의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물가와 임금인상률을 반영한 적정한 수가로 결정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급자단체의 목소리는 하나다. 합리적인 수가결정을 위해 지금의 구조를 보완이나 개선보다는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의정합의에서도  건정심 구조에 있어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는 등 건정심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는 방안을 공동 마련해 정부가 건강보험법 개정안의 입법발의를 올해 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수가결정구조도 수가협상 결렬 시에 공정한 수가결정이 가능하도록 건정심에서 수가가 결정되기 전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의 구성·논의, 객관적 수가결정기준 마련 등 합리적 개선방안을 올 12월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도 6개월 채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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