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실료 개선 앞서 입원수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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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실료 개선 앞서 입원수가 현실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3.10.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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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토론자들 "원가 절반 수준 입원료 수가 외면하면 역기능 더 클 것"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입원 진료비용과 이에 따른 높은 입원율, 긴 입원기간, 대형병원 선호 등의 국내 입원 진료행태를 감안하지 않은 상급병실료 개선안에 대해 병원계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정부는 물론 3대 비급여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그동안 병원계와 별도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마련한 개선안은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병원계는 제도개선 논의에 앞서 우리나라 현행 입원 진료행태에 대한 고찰과 아울러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입원병실료 정상화를 통한 병원경영 합리화가 선행될 때 바람직한 제도개선이 이뤄질 것이며 병원계도 논의에 본격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0월10일 ‘상급병실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복지부는 상급병실료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를 시작으로 선택진료비 개선방안 및 간병 부담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공개 토론회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그동안 논의된 대안들에 대한 외부의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병원협회 박상근 부회장(인제대 백중앙의료원장)은 “바람직한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행 입원 진료행태에 대한 고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우리나라 일반병실 입원료는 4만7천922원으로 일본의 11만700원, 미국의 4천287달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핵가족화의 영향과 함께 입원진료에 대한 경제적 보상 위주의 실손보험 등 민영보험 가입자 비율이 높아 환자들의 입원치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몇몇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적시 입원이 가능할 정도의 입원실 공급이 이뤄져 있다고 강조했다. 또 조기 퇴원 유인책 및 강제 방안이 없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입원기간이 평균보다 길다고 소개했다.

특히 기획단의 논의 과정에서 병원계의 이같은 현실 상황 및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아 논의 방향이 편향돼 있으며 그간 비급여에 적용돼 온 시장경제 논리가 완전 배제돼 있어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에 커다란 역기능적 변화가 예견되므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상근 부회장은 상급병실료는 원가의 50∼70%에 불과한 입원료 수가를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정돼 온 것인 만큼 입원료 수가 적정화가 전제돼야 제도개선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준병실료 수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입원료 원가를 상회하는 수가 보상 △현행 상급병실 차액에 대한 실질적이고 개별적인 병원 수가 보전 방안 △제도 개선에 따른 병상 개보수 비용 보조 방안 등의 선행 조건을 갖춘 후 병원계가 참여하는 실무팀을 구성해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할 것을 제안했다.

박상근 부회장은 “환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좋은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그 병원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더 나은 진료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치르는 환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면 ‘돈’으로 보장성을 좌우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한호 병원협회 경영이사(오산한국병원장)도 토론을 통해 “상급병실료는 건강보험 도입 이후 정부가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저수가 정책 하에서 원가에 턱없이 부족한 입원료 등을 보전해 의료기관의 유지, 존속이 가능토록 하고, 환자의 요구수준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정돼 온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 인식 없이 단지 환자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기관에 적절한 비용보상 없이 제도만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한호 이사는 의료기관별 상급병실료는 지역별, 병원규모·특성별로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 가격이 결정되고 있으며 병실료 원가도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일률적인 가격정책으로 보상할 경우 적정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급병실료가 병원 수입에서 차지하던 비율과 현재의 의료기관 경영 상황을 고려한다면 기획단에서 제시한 손실보전 방안으로는 의료기관이 도산의 길로 접어들 것이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제한해 환자 안전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급병실 제도개선 요구가 대두된 원인은 일부 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돼 병실 부족을 야기하고 부득이 상급병실을 이용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 급여화해 가격을 낮추면 입원이 필요치 않은 환자까지 입원을 원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며, 장기입원 환자의 퇴원거부 사례는 더 증가해 대형병원의 병실 부족 문제가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입원료 부담 등으로 대형병원을 기피하던 환자들까지 대형병원 입원을 선호하게 돼 대형병원은 오히려 입원 대기기간이 증가하고, 지방병원 및 중소병원은 환자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본인의 희망에 의해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비중이 47.7%에 이르는데 이들까지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한호 이사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에만 2017년까지 약 9조원의 재정이 투입되는데 3대 비급여 제도개선에 대한 재정확보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재원 확보를 위한 국민적 합의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소득 하위계층에게 상급병실료 등의 비급여 비용을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확대 운영하는 등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병원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균형 잡힌 제도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준병상 확대가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부족문제 및 환자쏠림 현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과 함께 의료의 질 관리와 건강보험체계의 기본에 충실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기획단은 상급병상의 문제점으로 원치 않는 상급병상 이용, 지나치게 높은 상급병실료, 병상배정에 대한 환자불신 등 3가지로 정리하고 일반병상 확대, 병상운영의 효율성 제고, 병상배정의 투명성 제고, 환자부담 완화 등 4가지 기본방향을 제안했다.

특히 기획단은 일반병상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함을 지적하고 ‘일반병상 확대’를 핵심 대책으로 내세우면서, 일반병상 확대 방안으로 2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대안은 원치 않는 상급병실 이용이 주로 발생하는 상급종합병원에 한정해 제도를 개선하되, 이들 상급종합병원이 확보해야 하는 일반병상 비율을 현행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 대안은 일반병상을 전체 병원에 대해 현행 6인실에서 4인실까지로 확대하되, 환자들이 몰리는 상급종합병원과 상위 5개 병원에 대해서는 3인실, 나아가 2인실까지 일반병상으로 하자는 방안이다.

이 경우 소규모 인실에 대한 선호를 분산하기 위해 1인실과 특실 이용 시 건강보험 급여 제한 및 2∼3인실에 대한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제외 등 보완장치도 같이 권고하고 있다.

두 가지 대안 모두 원치 않는 상급병상 문제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발생하는 문제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지만 제도개선 대상 병원의 범위, 접근방식 및 이에 따른 장단점 등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정부의 고민이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급자를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의 경우 1·2안을 모두 부정한 반면 타 분야 토론자들은 전반적으로 2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정책적 채택 가능성을 보였다.

기획단도 상급병상 문제가 대형병원에 대한 환자쏠림에 기인하고 있으므로 일반병상 확대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입원 관리대책 마련, 병상 운영지침 마련 등 병상운영의 효율성 제고 및 병상현황에 대한 정보 공개 강화 등 병실배정 투명성 제고 노력이 같이 필요함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제안하는 대안을 기반으로 토론회 등에서 수렴되는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 올해 연말까지 ‘3대 비급여 제도개선 방안’ 최종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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