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들이 흔히 신는 뒷굽 없는 평면신발이 오히려 경사형 신발에 비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최근호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 김장흡 교수와 산부인과개원의사회 장석일 전문의는 병력이 없는 임신 7~9개월의 임산부 7명과 출산 후 3개월 이내의 산모 3명에게 각각 평면형 신발과 균형경사형 신발을 착용토록 하고 보행 실험을 통해 안정된 보행 여부, 피로감소, 혈액순환 개선, 발 관련 질병에 미치는 효과 등을 분석했다.
실험에 사용된 평면형 신발은 굽이 1㎝ 안팎으로 낮았으며, 균형경사형 신발은 굽 높이가 3㎝ 이상이었다.
실험 결과 균형경사형 신발은 평면형 신발에 비해 평균 6㎜ 정도 무릎을 안쪽으로 모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보행시 다리의 벌어짐을 막아주는 자세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발이 바깥 측으로 접질리는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한 균형경사형 신발은 평면형 신발에 비해 전체적인 압력의 크기를 15% 정도 감소시켰으며, 발꿈치에 집중됐던 압력이 발바닥 홈 바깥측 부위로 분산돼 압력 분포 특성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혈류속도는 실험에 참여한 임신부 모두 신발을 신기 전에는 C(200~400μm/sec)나 D구간(100~200 μm/sec)에 속했지만, 균형 경사형 신발을 착용한 후에는 A(>600 μm/sec)와 B구간(400~600μm/sec)으로 1~2구간가량 개선됐다.
하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연구팀이 서울 및 수도권 7개 산부인과병원에서 임산부 923명을 대상으로 착용신발을 조사한 결과 평면형 신발이 687명(75%), 평소 착용하던 신발이 173명(18.9%)으로 각각 집계됐다.
또한 임신 중 평면형 신발 착용에 대해 `이롭다'고 생각하는 임신부가 559명(61.6%)으로 `아니다'라고 답한 임신부 348명(38.4%)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임신부들은 신발의 불편 때문에 49%는 임신 중 부종을, 15.7%는 낙상을 경험했으며, 71.8%는 임신 중 착용하고 있는 신발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장석일 전문의는 "평면형 신발은 보행시 신발을 통한 충격의 흡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지면으로부터 받게 되는 압력이 발바닥과 허리 부위에 그대로 전달돼 각 부위에 쉽게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 뒷굽이 1㎝ 정도에 그칠 경우 발의 측면 지지가 부실해지고, 보행이 불안정해져 발의 소근육들을 많이 사용하게 돼 피로가 가중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김장흡 교수는 "임신중에 흔히 신는 평면 신발이 건강에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공학적, 의학적 연구결과는 오히려 훨씬 심각한 부상 등 우려점을 내포하고 있었다"면서 "현재 평면 신발을 신고 있는 임신부라면 쿠션이 있는 깔창 등을 이용해 경사를 만들어주거나, 평소에 신던 균형경사형 신발을 신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