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독일, 창백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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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독일, 창백한 어머니
  • 윤종원
  • 승인 2005.02.14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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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많은 것들을 변하게 한다.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여자는 강한 어머니로 변하고 평화주의자이며 로맨시스트였던 남자는 냉혹하고 현실적이며 성공만을 꿈꾸는 권위적인 남자로 달라져 있다.

18일부터 서울 신문로의 시네큐브 광화문에서 상영되는 `독일, 창백한 어머니"(Germany Pale Mother)는 독일인이 만든 2차대전 이야기다.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중 한 명인 여성 감독 헬마 잔더스 브람스는 실제로 자신과 그녀의 어머니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전쟁의 피해는 침략을 한 나라나 당한 나라나 마찬가지다. 감독은 뜻하지 않게 광기에 휘말린 어머니 리네(에바 마테스)의 이야기를 통해 독일과 이 나라 사람들에게도 전쟁은 비극이였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제목에서처럼 독일과 창백한 어머니를 한 이미지로 겹쳐내고 있다. 가해국의 국민이면서도 원치 않은 전쟁에 휩쓸려 만신창이가 된 영화 속 어머니 리네의 비극은 히틀러와 나치에 휩쓸려 전쟁을 일으켰던 창백한 독일의 슬픔과 다르지 않다.

눈에 띄는 상징이지만 어머니를 통해 독일을 드러내는 것은 인위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당시의 다큐멘터리 필름과 라디오 사운드는 줄거리와 그 속의 인물에 끼어들며 이 영화를 평범한 감동 스토리 이상으로 만들어 준다.

전쟁 분위기가 전국을 뒤덮던 독일, 한 파티에서 리네는 한스(에른스트 야코비)를 만난다. 한스는 그리스에 가서 일리아드를 읊는 것이 꿈인 낭만적인 남자. 나치에 입당하는 것보다는 그저 사랑을 소중히 생각하는 평범한 남자다.

한스의 구애에 마음이 흔들린 리네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이제 한스를 닮은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게 리네의 꿈. 평범해 보이는 미래였지만 이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전쟁이 일어나자 한스는 곧바로 징집돼 전쟁터로 끌려나간다.

혼자 남은 리네. 포화 속에 딸 안나를 낳은 그녀는 폭격으로 집마저 무너져내리자 정처없이 피난길을 떠난다. 폐허가 된 집을 헤매던 리네와 안나. 머릿속에는 돌아올 남편과 다시 행복해질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성적 폭력까지 겪으며 변해간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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