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비싼 복제약, 값도 못내려
상태바
선진국보다 비싼 복제약, 값도 못내려
  • 김완배
  • 승인 2008.05.22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DI 윤희숙 위원, 보험약가 책정방식·실거래가제 개선해야
우리나라 복제약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반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윤희숙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약가제도 개선을 통한 건강보험 지출효율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복제약 값의 경우 오리지널약 대비 80%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오리지널 약값의 평균 20% 미만이고 대부분의 선진국도 40% 미만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

윤 위원은 이와관련, “복제약의 비교대상인 오리지널 약값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싸기는 하지만, 구매력지수(물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복제약을 복용하면서 2~3배의 비싼 약값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가격정책의 국제적인 추세는 특허제도로 오리지널 약의 연구개발 노력을 보상하는 한편, 특허가 만료되면 복제약과의 경쟁을 통해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국민들이 싸고 좋은 약을 이용하게 하자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약값이 처음부터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싸게 책정되는데다 개별 실거래가상환제와 출시 시점별 계단형 가격구조 때문에 가격경쟁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바람에 값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윤 위원의 분석이다.

이같은 보험약가제도 때문에 보험재정이 크게 압박을 받고 있으며 제약업계도 낙후성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약제비는 지난해 약 9조5천억원으로 총 진료비 32조2천600만원중 29.6%를 차지하고 있다. 총 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2.0%~20.1%인 다른 OECD 회원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약제비 비중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이 크게 압박을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은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이후 상장사와 코스닥사중 비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 영업이익률은 3.2%인데 비해 제약사는 14.9%에 달하고 있다.

또한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 240곳 중에서 하위 140곳은 생산실적이 6.5%밖에 안되는 등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 위원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약가인하를 통해 약가거품을 걷어내고 가격경쟁원리가 작동되도록 보험약가제도를 재편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장기적으로는 가격입찰제 도입을 제시하는 한편, 단기대책으로 현재 동일성분의 품목들을 차등짓는 가격구조를 하향평준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윤 위원은 동일 성분 복제약들의 가격을 하향평준화하는 단기처방으로도 약 2조원의 보험지출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윤 위원은 이어 보험약제비 지출의 누수를 막고 제약산업을 선진화시키려면 생물학적동등성 관리시스템과 허술한 품질관리도 개선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품질관리기준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낮아 FDA의 GMP 적합판정을 받은 기업이 전무한 실정이며 의약품 승인검사에 관한 국제협정이나 상호 인증체계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돼야할 것이란 지적이다.

◆계단형 상한가 결정방식이란

동일성분의 1번에서 5번까지의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의 90%나 80%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여섯 번째 복제약부터는 직전에 출시되는 복제약가의 90%를 인정받는다. 복제약 출시 시점에 따라 보험자가 계단식으로 약가를 할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가격이 형성되면 개별 실거래가상환제가 가격경쟁을 차단하기 때문에 계단형 가격구조는 그대로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윤 위원의 설명이다.

실제 레보설피리드 성분의 경우 동일 성분·함량·제형의 복제약 97개가 출시시기에 따라 221원에서 58원까지 다양한 가격을 할당받고 있다. 열 번째 복제약과 95번째 복제약의 가격이 3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