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문 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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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문 닫고 싶다’
  • 김완배
  • 승인 2007.12.0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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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가·저출산·높은 의료사고율 3중고에 ‘고사직전’
‘어렵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계속하고 있다’. ‘의료업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 ‘외국으로 이민가고 싶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004년 산부인과의원 실태조사이후 3년동안 경영이 어느 정도 변화했는지 분석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의뢰한 사항중 산부인과 의원 원장들이 설문에 응답한 내용들이다.

설문에선 ‘다른 방법이 없어 계속할 수 밖에 없다’란 답변이 63.8%로 가장 높았다. ‘의료업을 포기하고 싶다’란 응답도 8.8%나 됐다. 전체적으로 산부인과 의원의 현재 경영상태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한 경우는 10명중 2명에 불과했다. 80%가 현재의 경영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산부인과 의원들의 경영난의 주요 원인은 저출산에 따른 환자수요 감소와 저수가정책으로 채산성이 극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원들은 경영난 타개책으로 공동개원을 통한 대형화나 진료영역 확대 등 다양한 자구책들을 꾀하고 있지만, 경영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산부인과의사, 사실상 자신의 전문과목 포기

설문에 응답한 30대 산부인과 의원장들은 전원이 진료영역을 확장하거나확장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 대다수가 자신의 전문영역을 포기하고 있다.

개원 형태에 있어서도 분만진료는 대부분 남자 의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최근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의 여성비율이 높아 앞으로 분만을 맡는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크게 부족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5년동안 의료사고 경험 70%, 보상금중 절반이 5천만원 넘어

전공의들이 전공과목으로 산부인과를 꺼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인 의료분쟁과 관련한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분만시설을 운영중인 의원중 최근 5년내 의료사고를 경험한 경우가 70%나 되는 상황에서 의료사고로 5천만원 이상의 보상금을 지불했다는 비율도 48.7%나 되는 것으로 조사돼 의료분쟁 보상과 관련한 해결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산부인과 의원의 분만기피현상은 사라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임산부 90% 이상 의료이용내역 국세청 통보 꺼려

산부인과의사회가 환자들에게 의료비 내역의 국세청 제출에 대한 동의서 작성을 요구한 결과,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의 90% 이상이 자신의 의료기관 이용내역이 국세청에 통보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정부가 현재의 저수가정책을 포기하고 위험도를 반영한 정당한 의료수가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제언했다. 저수가로 경영이 어려운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다른 제도적인 장치가 없는 한 위험성이 높은 분만진료를 기피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산부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연구소의 논리다.

#산전진찰비 지원, 급여보다는 임산부에 직접 지원이 바람직

산부인과의사회는 산전진찰 검사와 관련, ‘산모에게 비용을 지원하려면 저수가로 산부인과의 희생을 강요하는 무리한 급여정책보다는 별도의 복지예산으로 임산부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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