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 방치하면 국내 의료 10년 이상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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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 방치하면 국내 의료 10년 이상 후퇴”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4.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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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 “전공의 돌아올 수 있는 여건 마련 필요”
일반의와 전문의 수가 차별 필요…수련기간 4년으로 늘릴 계획은 없어

“의료계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만 정부와 현실인식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의 이 상황은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에 10년 이상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됩니다.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은 4월 27일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장은 “내과 전공의 1년차가 빠지면 1년의 공백이 생기고 학생들이 졸업을 안 할 경우 결국 2개 연차가 비게 된다”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인턴과 전공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의대 졸업생이 많다는 것이고, 그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도 의대 졸업생 약 400~500명이 수련에 참여를 하지 않는 실정이라는 것.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일반의와 전문의 간 의료수가에 차이가 없다”며 “전공의 시스템에 들어오면 소위 젊음을 갈아넣어서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의료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지만 보상이 전혀 없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문의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 시스템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의 매출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다 망할 것이라는 심각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공의 수련시간 축소에 따른 기간 확대 필요성에 대해 박중원 이사장은 “내과학회는 4년으로 확대할 계획이 없다. 3년이면 충분하다”며 “저 역시 3년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짧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형철 간행이사, 김형종 보험이사, 조영성 기획이사, 양철우 회장과 박중원 이사장, 강석민 총무이사, 김대중 수련이사.
사진 왼쪽부터 오형철 간행이사, 김형종 보험이사, 조영성 기획이사, 양철우 회장과 박중원 이사장, 강석민 총무이사, 김대중 수련이사.

양철우 내과학회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전공의들이 진료를 거부했을 때는 상황이 종료된 뒤 다 복귀했지만 현재 상황은 복귀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은 물론 향후 필수의료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라며 “그 여파가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양 회장은 “필수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인력 수급에 영향을 준다면 이번 의료대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는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게 최종 목표”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대중 수련이사는 “임상교수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 진료인데 현재 외래환자 진료와 일부 제한적인 시술, 그리고 야간당직에 나서면서 연구활동과 교육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3개월 가까이 학회활동이나 대외활동도 모두 중단된 채 오로지 진료만 하고 있지만 교수들은 정부가 설득해서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란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관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전공의가 올해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지속가능한 진료 플랜을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전공의는 피교육생의 신분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공의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떤 형태로든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전문의를 더 채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꼭 의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은 PA와 같은 대체인력을 활용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지친 교수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대중 수련이사는 “희망만 갖고 버틸 것인가, 빨리 대책을 찾을 것인가 고민 중”이라며 고뇌를 드러냈다.

그는 대한의학회가 최근 전문학회 수련이사 간담회를 갖고 의학회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과 진료 등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보고서를 마련해 정부를 설득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전공의 수련교육 방향이 교육적인 측면을 강화하고 근무환경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게 김대중 수련이사의 시각이다.

김대중 수련이사는 “향후 정책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갈 것이 예상된다”며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결국 건강보험이든 예산 지원이든 뒷받침이 필요하며 새로운 수련제도 변화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민 총무이사는 “연세의대 비대위에서 4월 30일부터 일주일에 하루 휴진하자고 결의했지만 교수이기 이전에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를 외면하기가 어렵다”며 “휴진에 동참하는 교수는 거의 없겠지만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흔들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회의 경우도 해외학회에 초청 좌장이나 연자로 꼭 가야 할 교수들이 있지만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니어 스텝의 해외학회에 참여 기회도 줄어들고 대한민국의 학문적 위상도 축소되는 등 향후 10년을 내다봤을 때 질적인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교육과 연구, 진료 모두 다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내과학회는 내년인 2025년에 학회 창립 80주년을 맞아 2025년 추계학술대회에서 80주년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며, 올해 내과학회지의 SCI 등재 10주년을 맞아 올해 추계학술대회 때 10주년 기념심포지엄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또 총 7권의 국문 내과교과서 편찬 작업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올 추계학술대회에서 편찬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양철우 회장과 박중원 이사장, 강석민 총무이사, 김대중 수련이사, 조영성 기획이사, 김형종 보험이사, 오형철 간행이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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