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가 앙숙?..이제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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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한의사가 앙숙?..이제는 옛말
  • 윤종원
  • 승인 2006.12.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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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아토피 전문 양.한방병원 합병..서로에게 도움 될 것

아토피 피부염 치료 전문병원을 각기 운영해 온 의사와 한의사들이 공동으로 협진 병원을 개원키로 해 주목받고 있다. 기업으로 치면 경쟁 관계의 두 기업이 합병한 셈이다.

화제의 병원은 오는 7일 서울 이수역 근처에 문을 여는 "서울피부로아토피센터". 이 병원의 원장은 모두 3명이다. 그동안 아토피 치료 분야에서 유명세를 탄 서울알레르기클리닉(압구정동)의 노건웅 박사와 피부전문네트워크 피브로한의원(논현동)의 정성훈, 하지훈 한의사가 그 주인공들.

물론 그동안에도 재활이나 노인 전문병원 등에서 양한방 의사들이 협진하는 형태는 있었다. 하지만 서로 치료법이 달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아토피 분야에서 10여년 가까이 자기 병원을 갖고 있던 양ㆍ한방 의사가 한 곳에서 진료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 박사는 아토피피부염의 발생 원인을 면역 불균형 현상으로 보고 면역 체계를 바로 잡는 방식의 치료법을 고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아토피 증상 검사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레르겐)에 대한 검사를 최대 6종 이내로 제한한 보건복지부 고시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내 주목받기도 했다.

아토피피부염은 유전적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대개는 음식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인 만큼 각각의 원인과 증상에 따라 맞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노 박사의 주장이다. 때문에 그는 아토피치료를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에 의존하기 보다 면역치료요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치료법을 학계로부터 인정받아 미국의 저명 인명사전인 "후즈 후 인 더 월드(WHO"S WHO IN THE WORLD)"에 이름을 올렸으며,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여러 가지 자체 진단법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결과 몇 년전부터는 아토피 치료율 9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고 한다.

노 박사가 이처럼 아토피를 면역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동안 한방인 피브로네트워크에서는 체질에 따른 아토피피부염을 치료법을 개발했다. 약물치료 외에도 이 한의원은 바르는 외용제와 입욕제, 비누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에 같은 이름의 네크워크 한의원만 모두 26개에 달한다.

노 박사는 "아토피를 치료, 연구하면서 환자마다 증상과 치료법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 뒤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의 개념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정 원장은 "유독 아토피만이 독특한 치료 패턴과 긴 치료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면서 서양의학의 면역 이론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한의사인 정 원장은 의사 면허도 갖고 있다.

이처럼 서로의 장점을 바라보던 노 박사와 정 원장 등은 올해 초부터 공동연구에 들어갔으며, 결국 이번에 한양방 협진병원을 개원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물론 서로가 양한방에 대해 관심을 갖기 까지는 몇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양측은 귀띔했다.

이들은 앞으로 노 박사가 개발한 단백질칩과 유전자칩을 이용해 아토피 여부를 진단한 뒤 양방의 면역학적 치료법에 한약재 추출물을 이용한 보조 외용제를 곁들임으로써 빠르고 안정적인 아토피 치료법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훈 원장은 "그동안에도 양한방 협진병원이 있었지만 아토피 분야에서 서로의 병원을 아예 통합해 진료를 일원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솔직히 의료계에서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서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한방의 효과를 양방의 측면에서 좀 더 과학화 한다면 효과적인 새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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