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지금 당뇨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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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지금 당뇨와 전쟁 중
  • 윤종원
  • 승인 2006.11.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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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당뇨병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나라마다 "당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손호영 교수팀은 "아시아 지역의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주제로 아시아 각국의 2형 당뇨병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나라마다 비교기간은 다르지만 적게는 1.6배부터 많게는 5.1배까지 당뇨 인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논문은 의학 분야 권위지인 "란셋(Lancet)"에 이날 종설(Review article)로 실렸다. 종설은 한가지 연구분야에 대한 현황과 추세, 최신 연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 논문을 말한다.

당뇨병은 췌장 내 인슐린 분비 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경우를 제1형, 인슐린분비능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인슐린 저항성)를 "제2형"이라고 한다.

1형은 보통 소아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소아당뇨병 또는 인슐린의존형 당뇨병이라고 부른다.

반면 2형은 주로 40세 이후에 나타나고 비만한 사람이 많으며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고 식사요법과 운동요법 및 적절한 처방약으로 적정한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논문에 보고된 나라별 당뇨인구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30년 동안 5.1 배 ▲인도네시아는 15년 동안 3.8배 ▲중국은 15년 동안 3.4 배 ▲태국은 30년 동안 3.8 배 ▲인도는 20년 동안 4배 ▲싱가포르는 7년 동안 2.1배 ▲대만은 10년 동안 1.6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아시아 지역의 당뇨병이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한 점에 비춰볼 때 서구의 발생 양상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형 당뇨병 유병률이 지난 30년 동안 약 1.5배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막론하고 당뇨병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연구팀은 또 다른 특징으로 서구에서는 대부분 65세 이상에서 당뇨병이 많이 생기는 반면, 아시아인에서는 더 젊은 연령층에서 당뇨병 발생이 잦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의 30~39세, 40~49세 사이의 당뇨병 유병률을 비교해 보면 40대에 2형 당뇨병이 갑자기 증가하지만, 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30대 당뇨병 유병률도 매우 높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체형적으로 더 날씬함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점도 특이한 현상으로 꼽았다.

윤건호 교수는 "미국의 경우 과체중과 비만 유병률이 각각 34%, 30%로 높은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과체중이 10~28.3%, 비만이 2.2~6.8%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비만율 차이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유병률은 미국과 유사하거나 더 높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시아 당뇨병은 "당뇨병성 합병증" 비중이 높은 특징이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의 대표적 합병증인 만성 신부전증의 경우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파키스탄, 대만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서구에 비해 비율이 더 높았다.

윤 교수는 "아시아인들이 서양인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유전적인 소인이 더 많은데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뇨병 발생이 폭발하고 있고 앞으로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라별 비만 및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보건정책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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