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가정의학과)가 우리 사회 황폐한 죽음의 문화를 고발하고 삶만큼 죽음도 존중되는 세상을 제안하는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홍익출판미디어그룹)를 발간했다.
국내에서 매우 드문 인문사회의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박 교수는 인문사회의학을 ‘사회의 아픔을 인문학적 고민을 통해 치유를 모색하는 학문’으로 정의하고 우리 사회의 아픔을 연명의료에서 찾는다.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의학의 최선이 오히려 환자의 죽음을 망가뜨리고 그 가족뿐 아니라 의료인 스스로에게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지 못할 때 환자도, 가족도, 의료인도 살기 위한 최선에 집착하게 되고, 그 최선은 결국 최악을 만들게 된다.
이 책은 20년 동안 의료현장에서 그가 직접 체험하고 고민한 우리 사회의 죽음의 문제를 사회, 역사, 철학, 의학이라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통합적으로 분석했다.
죽음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인문서들과 달리 이 책은 통합적이고 실증적인 시각에서 우리 사회의 초라한 삶의 질과 비참한 죽음의 질을 파헤치고 나아가 좋은 죽음이 왜 삶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죽음을 직접 다루는 의사이자 인문사회의학자로서의 분석과 해석이 책 안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특히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인들이 함께 말기암이라는 비극을 행복한 삶의 완성으로 뒤바꾼 사례들은 큰 감동으로 독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좋은 죽음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용기’를 꼽은 저자는 “마지막 때에 지난 삶을 긍정하고 다가오는 죽음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삶의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새로운 도전을 피하지 않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리고 그 용기는 자신을 늘 죽음 앞에 세울 때 만들어진다. 돌아보면 용기를 가지신 분들은 죽음마저 삶의 도전 기회로 삼고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라고 후회 없는 삶에 대해 조언했다.<홍익출판미디어그룹·328쪽·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