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24 포럼1]상급종합병원 제도,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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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2024 포럼1]상급종합병원 제도, 이대로 좋은가?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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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 연세대 교수, 상종 정의 불명확…타 제도와 역할 혼재돼 혼란
병원장들, 상종 지정 병원 수익과 직결…지정기준 및 보상체계 개선 필요
4월 11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KHC 2024' 포럼1ⓒ 병원신문
4월 11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KHC 2024' 포럼1ⓒ 병원신문

상급종합병원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정책 순응에 대한 보상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아니라 최종 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에 병원장들은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도 현행 의료체계에서 제도 자체를 없애는 급진적인 방식보다는 보상체계와 지정기준 개선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4월 11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헬스케어 대전환 시대, 우리의 미래를 세계에 묻다’를 대주제로 KHC 2024를 개최했다.

이날 ‘상급종합병원 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포럼1에서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제도의 비판적 검토와 역할 정립’이라는 발제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정책 목적이 불명확하고 의료전달체계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지정기준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일반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3차 의료를 담당하게 되는데 의료서비스 제공의 마지막 안전망이자 희소한 자원으로 국가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강력하게 개입하는 나라들은 우리와 같은 상급종합병원이 굉장히 희소한 자원이고 그곳은 환자들이 몰려드는 곳이 아닌, 그 이하의 의료기관별로 진료를 의뢰받는 역할만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주 독특한 상황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교과서상의 1차, 2차, 3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상급종합병원이 의료전달체계의 마지막에서 희귀, 고난도, 중증질환을 의뢰받아 이를 치료하는 병원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환자와 의료인력 등이 몰리고 모든 종합병원들이 병원 설립 계획부터 상급종합병원을 지정을 목표로 삼고 있고 저수가 체계에서 정부가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을 둘러싼 현재의 수많은 논쟁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공통된 합의 없이 보건복지부, 의료계, 병원계, 환자, 시민사회 등 각기 자신들이 원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이상형을 그리고 거기에 맞는 지정기준을 적용해달라는 주장에서 혼선이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우리 법에는 명확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내용은 없고 단지 기능을 구현한 것”이라며 “정책 목적이 불명확하니 모두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목적에서 현재의 지정기준도 부합하지 못한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논하면서도 사실상 권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말하거나 반대로 권역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을 말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중증·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한 저보상의 문제를 상급종합병원의 수가 가산으로 보완해 왔으나 오히려 왜곡된 수가가 정상화된다면 상급종합병원 제도가 폐지돼도 병원은 중증·고난도 진료를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유인이 생기게 된다”면서 “만약 상급의 ‘종합’병원이 목적이라면 진료, 교육, 연구까지 포괄해야 하고 ‘상급’의 종합병원이 목적이라면 진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견을 전제로 △상급종합병원 제도의 정책 목적 명확화 △ 난치, 고난도의 중등증 질환 용인 △정책 순응에 대한 보상이 아닌, 최종 치료기관 역할에 대한 보상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상급종합병원 축소 △상급종합병원 외래 최소화 등을 제언했다.

왼쪽부터 신응진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특임원장,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 오경승 고신대학교복음병원장, 정진영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병원신문
왼쪽부터 신응진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특임원장,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 오경승 고신대학교복음병원장, 정진영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병원신문

이같은 제언에 병원장들은 전체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상급종합병원은 병원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며 오히려 보상체계 및 지정 기준 개선을 피력했다.

먼저 오경승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장은 “왜 사람들이 상급종합병원에 목숨을 거냐고 하는데 우리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있다가 2차 종합병원으로 떨어지니까 순이익에서 연간 150억원이 사라졌다”며 “다음번 심사받을 때 거의 3년이 걸리니까, 1년에 150억원씩 날아간다면 3년간 450억원의 순이익 없어지는 것이다. 그게 그대로 적자로 돌아가니 병원들이 목숨을 거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에서 떨어지면 각종 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했다.

오 병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에도 상급종합병원이 아니고 2차 병원이 되면 2차 병원끼리 모여서 심사를 한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끼리 모여서 심사를 받을 때는 의료 신기술이나 새로운 걸 시도해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데 반면 2차 병원이 모여 심사를 하게 되면 새로운 시도에 대해 왜 하냐면서 다 삭감을 하더라”며 “인센티브 제도로 교수들이 열심히 뭘 해내면 그게 삭감되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깎이게 되고 결국 병원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말로 할 수 없는 많은 불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도 상급종합병원이 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병원이 현재의 의료제도 아래서 지속 가능성을 가지기 위해 방안을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어느 정도 규모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됐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여러 가지 가산금이나 수가가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병원들에게는 매력적이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으로 가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의무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선정과정이 불투명해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어떤 병원에 비해 우리 병원이 떨어질 이유가 없는데 지정을 받지 못했는지 수긍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 의무원장은 “권역이 1권역에 속해 있으면 병원의 수준이 굉장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떨어지지만 2권역에 속해 있으면 거기에서 1등을 할 수도 있다”면서 “일정 수준의 이상 의료 질이나 의료 설비를 가지면 어느 정도의 보상체계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도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거의 20%부터 시작해 점점 올라가다가 지금은 만점이 50%로 되다 보니까 과연 이게 정말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정 의무원장은 “중증도가 높은 질환을 많이 보는 게 물론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증도가 낮은 질환을 제한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면서 “실질적으로 그 중증도의 분포가 과별로 차이가 있고 과에서도 분과별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환 치료의 난이도 또는 복잡도를 과연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된다”며 “지금은 같은 과라도 특정 분과가 아니면 그 질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중증도 분류에 있어서 형평성의 차이가 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깨 관련 질환은 대부분이 중증도가 B나 C로 평가되는데 자신이 봤을 때 훨씬 더 쉽고 훨씬 더 치료가 용이한 질환이 중증도 A로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정 의무원장은 “또 하나의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은 대부분 대학병원이고 교육을 담당을 하는데 많은 전공의들이 난이도가 낮지만 흔한 또는 필수적인 질환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박탈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외과에서는 충수염, 탈장, 치질 등을 제대로 치료해보지도 못하고 전문의를 따거나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실제로 어깨 관절경 수술을 하는데 이게 중증도가 C라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배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KHC 2024 포럼1 전경ⓒ병원신문
KHC 2024 포럼1 전경ⓒ병원신문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칭부터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유인상 보험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제도를 왜 시작했는지 모호하고 역할에 대한 정의나 이름부터가 바람직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은 이제 상급종합병원을 축소하는 게 맞을지 확대하는 게 맞을지 이제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둘 중 하나를 결정할 때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지정 제도를 계속 고수해서 갈 거면 축소해야 되는 게 맞고 인정이나 인증 제도로 갈 거면 확대해야 되는 게 맞고 어느 둘 중에 하나를 해야지 지금처럼 시설 인력 장비 부분을 그대로 두고서 그 요소를 제한하면서 줄 세우기 방식은 전체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나 드리고 싶은 말은 지역의 많은 병원들이 역할을 하고 있고 국민들이 똑같은 세금을 내고 있다면 형평성 구분에 따라서 지역에 대한 별도의 가산 수가나 별도의 지원책을 모색해서 지원해야 된다”며 “그런 부분들이 다 이루어져야만 이번에 전달체계나 여러 가지 지불제도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의 방향성이 일원화돼 통일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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