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주제발표Ⅰ] 모바일 클리닉을 활용한 커뮤니티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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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주제발표Ⅰ] 모바일 클리닉을 활용한 커뮤니티 의료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1.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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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넥스트 노멀과 디지털 헬스케어(2)
낸시 오리올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낸시 오리올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낸시 오리올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변했고 보건의료 산업계는 놀라운 신기술로 대응해 이 끔찍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뉴노멀 시대에는 이동 클리닉이 소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에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이동 클리닉이 미국을 괴롭히던 문제들을 해결한 사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의 모바일 클리닉과 커뮤니티 의료를 짚어보려 한다.

미국 전역에 걸쳐 이동 클리닉은 2천개소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동 클리닉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의 구조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돼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 연구진은 2007년에 이동 클리닉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 공유 프로그램인 ‘이동보건 지도’를 만들었다.

이동 클리닉이 각자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자체 보고하는 온라인 포털이다.

2020년에 데이터를 발표했는데, 약 700개의 이동 클리닉 자료를 포함했고 현재는 900곳의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이동 클리닉이 제공하는 가장 흔한 서비스 유형은 일차의료 및 예방이었고, 전문 분야 중에는 치과와 유방암 검사가 가장 많았다.

일부 이동 클리닉에서는 저소득층, 노숙자, 농장 이민 근로자, 소수민족 등 근로현장 복지를 대상으로 하는 곳도 있었다.

동네 의원에서 또는 보험회사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조직이 어떻게 구성됐든 대부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자선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동 클리닉의 1/3은 도시에, 1/3은 농촌에 있었고, 나머지 1/3은 혼합형이었다.

차 한 대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여러 대를 선단처럼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유형이 아주 다양해서 데이터를 토대로 이동 클리닉 의료시스템의 범위를 파악하는 중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동 클리닉들이 서비스를 확대해 원격진료, 원격돌봄, 감염병 관련 교육, 검사 뿐만 아니라 백신접종까지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확대된 프로그램은 코로나19가 끝나도 계속되거나 더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 클리닉을 운영하는 이유와 성공을 거두는 이유, 계속 성장하는 까닭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라는 독특한 상황 때문에 이동 클리닉이 혜택을 보게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팬데믹으로 의료 격차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서비스 편중에 따른 오래된 불평등이나 불신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됐다.

이동 클리닉은 이 같은 격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차의료 전달체계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원격진료와 드라이브 스루, 백신 접종소 및 팝업 의원들이 그 예다.

이동 클리닉이 소외됐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보건의료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연한 모델이라는 것을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목격하게 됐다.

이동 클리닉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동 클리닉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들이 사는 지역사회, 보건의료 산업,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 등의 시각에서 미국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7년 부셀리 박사는 패밀리밴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동 클리닉을 이용하는 이유와 소감을 묻고 그 내용을 정성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 달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동 클리닉의 성공 요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물리적인 시간이나 장소와 비용이었고 두 번째는 좀더 미묘한 소통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존중과 포용 문화였다.

우선, 환자들은 본인의 의학적 상태를 설명하는 의학용어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게 설명하는 소통을 이동 클리닉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동 클리닉에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일반 병원과 대조적이어서 환자가 이해하지 못할 전문 용어를 남발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질문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 환자가 본인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고 답했다.

이러한 형태의 소통은 어떤 환경에서든 가능하지만, 이동 클리닉이라는 격식을 차리지 않은 환경 및 운영자들이 환자의 세계로 직접 들어와 소통한다는 점이 더욱 친근하고 덜 위협적으로 느끼게 한 것이다.

이동 클리닉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사회 사람들이어서 이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해당 지역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에게 적절하고 활용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의미인데, 환자들의 현실을 잘 알고 집 근처 어떤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꿰고 있어 소개도 해줄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라고 흔히 부른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찾아가는 친구, 아는게 많아서 물어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해 줄 수 있는 친구 말이다.

바로 그런 역할을 패밀리밴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과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가 존중이라는 문화를 창충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환자들은 이동 클리닉의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냉정하고 정신이 없는 병원과 대조적이라고 말한다.

보건의료 지도자들은 고위험집단에 다가갈 수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 모델을 찾고 있는데 이동 클리닉이 그런 측면을 갖추고 있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이동 클리닉은 믿을 수 있는 일원이자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웃이다.

소통 전문가인 헤더 카맥 박사는 지역사회라는 큰 틀에서 이동 클리닉이 환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분석했다.

그는 이동 클리닉이 ‘관용의 이야기’를 창출한다고 묘사했는데, 환자와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지역사회 일원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이를 통해 연대감과 책임감을 나누는 것을 알아냈다.

패밀리밴 이용자들은 이동 클리닉에 들어서면 환대를 받기 때문에 두려움이나 사회적인 낙인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지만, 매번 정기적인 요일에 오기 때문에 마치 지역사회의 일부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이동 클리닉은 신뢰할 수 있는 이웃으로 지역사회 주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존재였다

보건의료산업계의 견해에서 본 비즈니스 사례로 이동 클리닉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보건의료분야 전문가 25명에게 이동 클리닉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의사 8명, 금융 및 경영 분야 전문가 14명, 보험공단이나 보험사 직원 3명이었다.

그 결과 이동 클리닉이 보건의료 및 조직의 목표를 증진한다는 답변을 들었고 이는 네 가지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먼저 이동 클리닉은 조직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많은 업체가 보건의료 불평등 해결을 큰 과업으로 삼고 있는데, 이동 클리닉이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구체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하기 때문에 노동력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역사회에 직접 들어가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다양한 사람들을 유인하는 요소가 되며, 어떤 문화권에서는 업무 능력을 증진시킨다.

두 번째로 비즈니스 전략 면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비즈니스의 역할은 시장 점유율을 증진하고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것에 있는데, 이동 클리닉은 이 두가지를 모두 다 할 수 있다.

환자들은 이동 클리닉에서 조언을 듣고 그 영향을 받아 전문분야 진료를 받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을 하게 된다.

이동 클리닉 덕분에 큰 병원들은 지역사회에서 신뢰하는 기관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고 환자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환자를 확보하고 순응도를 개선하며 나아가 환자들이 병원의 치료 계획에 따르도록 하고자 하는 병원이라면 이동 클리닉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비즈니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 번째로 예산에 대한 영향이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이 병원 하나를 짓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며, 잘못 선택한 병원 부지 등을 뒤집어야 하는 위험성이 적다.

끝으로 이동 클리닉은 보건의료 분야의 형평성 구축에 큰 역할을 한다.

지역사회에서 이동 클리닉은 소외된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경우가 많고 기존의 병원이나 대규모 조직에서 느낄 수 있는 위압감과 불신이 없다.

편리하고 가까이 있다 보니 훨씬 쉽게 찾아갈 수 있고, 특히 일하는 시간을 희생하고 병원에 찾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사람들에게는 이동 클리닉이 유일한 대안이다.

지역사회에 직접 찾아가 환자를 돌보고 지역사회 일원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점 등 때문에 이동 클리닉은 보건 형평성을 이루는 데 있어서 중요한 답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에 걸친 큰 시각에서 봤을 때 이동 클리닉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정확한 수치상의 계산이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응급실 내원을 얼마나 줄였는지 △보건 비용 절감에 기여한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혈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위험을 얼마나 예방하는지 등 투자회수율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병원 입장에서는 당장 수입이 감소될 수도 있지만, 보건의료 전체 시스템 입장에서는 비용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동 클리닉은 지역사회와 보건의료 자원 간에 독특한 연결 고리가 되는 혁신적이고 강력한 도구(툴)다.

특히 환자를 존중하는 포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징 때문에 코로나19 기간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났다.

지역사회에 직접 찾아가는 이동 클리닉은 보건의료 기관의 재무 목표나 전략적 목표와도 조율이 쉽고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에도 비용·효과적인 혜택을 가져다 둘 것으로 확신한다.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영향을 받는데, 그런 영향은 단지 건강에 대한 영향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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