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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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카사노바
  • 윤종원
  • 승인 2006.02.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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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스트롬의 새 해석…히스 레저의 또다른 매력
카사노바. 자유로운 성(性)과 쾌락을 탐닉했던 신화적인 호색한이다.

카사노바가 남긴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History of My Life)"에는 "즐겁게 보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권태로운 시간만이 낭비일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한 광고 삽입곡의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글귀다. 이 CM송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데는 인생을 즐기고 싶은 현대인의 심리가 투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을 즐긴다"는 말과 친숙한 카사노바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초콜릿" 등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신작 "카사노바"를 들고 한국 관객을 찾아간다.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뤘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카사노바의 억압과 관능, 거짓과 진실, 사랑과 욕정 등 상반된 개념을 희화적으로 풀어냈다.

카사노바의 사랑과 삶을 다룬 영화는 "카사노바(Casanova)"(1918), "카사노바-카사노바의 사랑(Casanova-The Love of Casanova)"(1954), "카사노바(Casanova)"(1976) 등이 있다. 그러나 새롭게 선보이는 "카사노바"에서 카사노바는 단순한 호색한이 아니다. 그는 풍부한 지성과 날카로운 유머를 지닌 21세기형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사실 17살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외교관ㆍ군인ㆍ작가ㆍ철학자 등으로 활동했던 유능한 인물이었다. 영화는 지적인 면을 애정행각과 병치시켜 카사노바를 새로운 인물로 구현했다.

기둥 줄거리는 카사노바(히스 레저)와 여성 작가 프란체스카 브루니(시에나 밀러)의 사랑 이야기다. 바람둥이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카사노바는 약혼을 하면서 약혼녀를 흠모하던 청년으로부터 뜻하지 않는 결투 신청을 받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가면을 쓰고 나온 인물은 청년이 아닌 그의 누나 프란체스카.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프란체스카에게 매력을 느낀 카사노바는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사생활 등 모든 것을 캐기 시작한다.

영화는 우선 1700년대를 살아간 페미니스트 작가 프란체스카와 호색한 카사노바라는 어울리지 않은 조합을 등장시켜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후에는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로 눈을 현혹시킨다. "센스, 센서빌리티" "알렉산더" "하워즈 엔드" 등의 의상을 맡았던 디자이너 제니 비번이 1700년대 베니스 상류사회의 화려한 의상을 선보인다.

영화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뭐니뭐니해도 카사노바 역을 맡은 히스 레저.

그는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상, 감독조합 감독상, 프로듀서조합 최우수상, 작가조합 각색상 등을 휩쓸었고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다관 왕을 노리고 있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주인공 에니스 역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동성애로 고민하는 에니스의 내면을 훌륭하게 연기한 그는 "카사노바"에서는 여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매력남으로 변신했다. 느끼한 눈빛과 미소, 세련된 의상, 화려한 칼 솜씨 등으로 그는 카사노바가 됐다.

카사노바의 연인 프란체스카는 주드 로의 연인이었던 시에나 밀러가 맡았다. 이외에 연기파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와 레나 올린 등이 출연한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과 히스 레저를 떠올리며 심각한 영화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저 두 시간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18세기 유럽을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3월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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