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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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킹콩
  • 윤종원
  • 승인 2005.12.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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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이 만족감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역시"라는 말을 되뇌게 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뒤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쥔 뉴질랜드 출신 피터 잭슨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 "킹콩"(KING KONG)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며 "역시"를 외치기에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할 만하다.

9일 시사회를 통해 실체를 드러낸 "킹콩"은 원작의 스토리 라인에 충실하면서도 ""반지의 제왕" 3부작에 사용된 특수효과보다 더 많은 특수효과가 사용됐다"는 배급사의 자랑을 증명이라도 하듯 화려한 특수효과의 잔치였다.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완성한 뒤 "영화를 찍으면서 깨달은 것은 영화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환상적"이어야 하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킹콩"은 그의 이런 말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 환상적이며 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인 괴물 킹콩의 얼굴 표정은 인간의 표정처럼 섬세해 관객은 표정만으로도 킹콩의 내면을 알아차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킹콩이 사는 미지의 섬인 "해골섬"에 서식하는 채식ㆍ육식 공룡들이며 기이한 파충류와 육식 식물들은 피터 잭슨감독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괴물들만큼이나 기이하면서도 사실적이다.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다. 스윙재즈의 신나는 선율이 온 도시를 뒤덮은 연말의 어느날. 삼류 코미디 배우 앤 대로(나오미 왓츠 분)는 공연 중이던 극장이 갑자기 폐쇄되면서 주급까지 떼이게 된다.

그는 오디션을 준비 중이던 희곡 작가 잭 드리스콜(애드리안 브로디)의 작품 연출가를 찾아가지만 "캐스팅이 이미 완료됐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대신 삼류극장을 소개받는다.

그곳에서 만난 영화감독 칼 덴햄(잭 블랙). 그는 제작 중단 위기에 놓인 자신의 영화를 미지의 섬인 해골섬에서 완성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앤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뒤 촬영팀을 모아 증기선을 타고 떠난다. 출연진과 선원들에게는 싱가포르에서 영화를 찍을 것이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 배에 타게 된 희곡작가 잭. 앤과 잭은 해골섬으로 가는 와중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항해 중간 선원들은 배가 싱가포르로 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항로를 바꾸려고 하지만 폭풍우를 만나 해골섬에 표류하게 된다.

영화는 섬 원주민들이 킹콩에게 바치는 제물로 앤을 납치하면서 급선회한다.

드디어 동물로서의 킹콩에게 인간과 같은 감정이 덧씌워지는 순간이다. 킹콩은 제물로 바쳐진 앤의 매력에 점점 이끌리게 된다. 앤은 킹콩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하지만 그의 앞길에는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봤던 식인 공룡들의 추격으로 죽을 운명에 처한 앤을 구한 것은 다름아닌 킹콩. 감독은 킹콩과 공룡들과의 사투 속에서 앤과 킹콩 간에 싹트는 신뢰감에 초점을 맞춘다.

이제 영화는 킹콩과 앤의 감정교류를 축으로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앤을 미끼로 킹콩을 생포하는 데 성공한 영화감독 칼 덴햄은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킹콩을 뉴욕으로 데려가고 킹콩을 미끼로 한 쇼는 발디딜 틈 없는 성황을 이룬다.

영화 후반부를 이끄는 킹콩의 앤에 대한 사랑은 영화 "러브 스토리"의 그것만큼 깊은 흡입력을 지닌다. 킹콩은 눈물 한번 흘리지 않지만 줄리엣 때문에 목숨을 버린 로미오처럼 사랑에 절실하다.

영화에서 앤 역을 맡은 나오미 왓츠의 연기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듯하다. 밀림을 맨발로 달리고 고층빌딩을 거침없는 오르는 모습에서 강인한 여성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앤드리안 브로디는 예술영화가 아닌 블록버스터에서도 지적인 표정 연기가 빛을 잃지 않는다.

영국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로 열연한 제이미 벨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선원 지미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

피터 잭슨 감독이 사재까지 털어 총 2억700만 달러(약 2천200억원)를 투입했다는 이 영화가 연말 한국 영화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태풍"(제작 진인사필름)과 같은 날 개봉할 예정이어서 어느 영화가 연말 극장가 왕좌를 차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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