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터치 오브 스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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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터치 오브 스파이스
  • 윤종원
  • 승인 2005.11.2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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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장금"이 아시아권에 한국 음식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요즘 화려하고 자극적인 터키 음식이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가 선보인다.

"터치 오브 스파이스"는 터키 음식 중에서도 양념에 초점을 맞췄다. 터키 특유의 이국적이고 다국적인 문화의 향취가 고스란히 담긴 양념을 통해 삶과 사랑, 그리고 한 가족의 역사를 더듬었다. 인류 공통의 양념도 있지만 그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양념이 있듯, 영화는 인생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쥐고 갔다.

"음식을 이해하려면 양념의 섭리를 알아야 한다."

1959년 터키 이스탄불. 향신료 가게를 운영하는 바실리스는 손자 파니스에게 양념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가르친다. 삶에 변화를 원한다면 양념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실수든, 고의든 말이다. 매번 뻔한 양념을 넣으면 아무런 일도 안 생기기 때문이다.

"계피는 여자처럼 달콤 쌉싸름해 금성이고, 후추는 태양처럼 뜨겁고 후끈하지. 소금은 없어서는 안될 인생의 소스와 같단다."

바실리스는 또한 양념을 통해 천문학까지 가르친다. 한 그릇의 음식 속에서도 우주를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 파니스는 온갖 종류의 양념이 수북이 쌓인 바실리스의 가게에서 춤추는 모습이 예쁜 소녀 사이메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불안한 시대는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터키 내 그리스인들의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파니스의 가족은 그리스로 강제 출국된다. 바실리스만 남겨두고.

터키와 그리스는 에게해를 사이에 둔 이웃나라지만 음식 양념에서부터 음식을 먹는 풍경 등이 너무도 다르다. 또 이슬람교와 그리스정교 사이의 간극도 크다.

영화에는 이러한 역사적 격동기와 그 속에서 생이별해야 하는 가족의 슬픔이 체에 한번 걸러져 그려진다.

바실리스, 사이메와 생이별한 파니스의 충격은 그를 요리 삼매경으로 안내하고, 비록 조국에 와서 사는 것이지만 터키에서 강제 이주된 그리스인들은 조국에서도 터키 요리를 즐겨 만든다. 음식은 이들에게 삶이고 향수이고 치유이기도 하다.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타소스 불메티스 감독은 사색의 여유와 함께 터키식 정찬을 느긋하게 즐기라고 권한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보기만큼 충분히 맛을 내지는 못한다. 양념 맛이 너무 강해 본 음식 맛이 제대로 안 느껴지는 것일까.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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