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알파고의 충격과 의사 역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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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알파고의 충격과 의사 역할 변화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6.03.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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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석 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 양윤석 교수
충격의 한 주였다. 이세돌 9단의 3연패는 끝모를 허탈감과 곧 다가올 미래 사회에 대한 공포를 안겨줬고, 벼랑끝에서 거둔 그의 짜릿한 첫 승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했다.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혁명의 실체, 그리고 새로운 의료의 탄생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진료 과정은 의사의 직관적인 의사결정도 있지만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논리적이고 단계적으로 진료를 진행한다. 결국 진료 과정은 알고리즘의 연속이다.

의료계가 인공지능에 주목하는 이유는 알파고가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 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이며, 알파고의 최종목표가 헬스케어 플랫폼라는 점 때문이다.

알파고의 분석은  몬테가르로 트리 분석, 정책망(policy network), 그리고 가치망(value network)을 활용했다. 의사들도 여러가지 질병 중 가장 가능성 있는 질병을 감별 진단을 한다. 이것이 가치망이다.

또한 최적의 진료방법을  선택하지만 진료 평가 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차선의 진료방법으로 바꾼다. 정책망이고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이다.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의 실수라고 여겼던 한수가 나중에서 최선의 한수가 된 것도, 진료에서 차선책이 최선책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왓슨과 알파고의 명확한 목표는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이다. 특히 세계 최대 산업인 의료, 헬스케어 산업의 플랫폼을 자신의 룰로 만들려는 경쟁이다. 과거 구글이 개방형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구축 하면서 모바일 생태계를 주도 한 것처럼 구글은 알파고 플랫폼을 통해 비영리적으로 인공지능 의료 정보를 제공 할 것이다. 이것이 무서운 것이다.

과거 인터텟 검색은 네이버가 선방을 했고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삼성이 국내 산업을 지켰다. 하지만 인공지능 의료 플랫폼이 태동하려는 현 시점에서는 어떤 뚜렷한 방책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도 인공 지능을 개발을 위해 300억원을 조성하고 있지만 구글은 딥마인드를 6천억 원에 인수했고 지금도 1년에 5000억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플랫폼은 독점의 원리가 있다. 비영리적 인공지능 플랫폼이 한국에 들어오면 글로벌 ICT 기업에 한국 의료산업이 하청될 수 있다.

하지만 알파고 쇼크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존의 진료모델은 1977년 7월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만들어진 한국표준 의료행위 분류체계다. 40년이 된 것이다. 표준을 근거로 병원을 중심에 두고 환자, 의사, 보험체계의 3각의 비지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지능 의료 시대의 진료 모델은 다르다. 표준 의료가 아닌 환자 개인 맞춤 정밀 의료이다. 병원중심이 아닌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환자, 의사, 인공지능 의사, 지능형 의료데이터 서비스-웨어러블 센서와 인공지능 의료기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생활 건강 데이터, 그리고 보험체계의 5각의 비지니스 모델이다. 양면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 중심에 의료 플랫폼이 있고 플랫폼의 한 component가 인공지능이다.

구글은 알파고를  단순히 플랫폼의 단순한 component가 아니라 기존 의료산업 생태계의 룰을 바꾸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도약 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에게 한번 패했다. 이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의료에서 실수는 허용 안된다. 즉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기술은 플랫폼 자체가 되기보다는 플랫폼의 한 Component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것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없지만  높은 수준의 ICT 능력과 의학수준을 가진 한국에게 기회가 된다.

지능의료 시대는 의학과 인공지능의 본질로 접근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비즈니스 모델 속에서 룰과 데이터, 프로그램을 먹고 산다. 미래 의사는 자신의 질료 노하우를 진료 비즈니스 모델, 데이터로 만들어  인공지능을  키우고, 의료 플랫폼의 한 component로 묶어 두는 주체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테크놀로지의 기술로만 묶어 두고 의사는 창의성으로 승부를 하게 된다. 물론 알파고 스스로도 새로운 룰과 진료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사고의 전환,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진료과 중심이 아닌 질병중심의 진료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며 이것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포함 시키는 기술(툴)을 개발하는 것이다.

의료 플랫폼 구성에서 구글의 알파고나 IBM의 왓슨은 하나의 component로 작동된다. 구글은 스마트 콘택트 렌즈를 개발하고 실시간 혈당관리 비즈니스 모델 속에서 인공지능 진료를 추진 중이다.

또한 비만을 예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IBM은 암진단 및 치료 플랫폼 속에서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을 이용하고자 한다.

산부인과를 예로 든다면 본인이 개발한 지능 기반 출산관리 비즈니스 모델(eBirth system)도 중요한 compoment가 될 수 있다. 출산관리 비지니스 모델은 알파고도 왓슨도 출산데이터의 지능분석을 못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 관리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서도 인공지능 진료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의료 플랫폼의 한 component가 될 수 있다면 이것도 알파고에 버금가는 기술이 된다.

이 또한 의료 플랫폼에서 하나의 component가 될 수 있고 세상에는 개방형 인공지능(Open AI)도 많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형 인공지능이 개발되면 알파고 대신 플랫폼의 component로 포함 시키면 된다. 이것이 한국형 의료 플랫폼, 진료중심의 의료 플랫폼이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중심에 둔 플랫폼이 성공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이겨보았다는 것은 아직은 알파고가 Just  component라는 것을 암시 하며 의사의 역할이 바뀌면 아무도 속단 할 수 없다. 의료 플랫폼 개발의 주체는 의사이고 연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능진료 시대에 의사의 역할은 새로운 모습으로 적극적인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전체적인 의사의 수는 줄어 들 것이다. 전통적인 임상의사 역할뿐만 아니라 창의적으로 연구해 새로운 진료 프로그램과 비지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개발자가 되어야 하며 여기서 생산된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데이터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알파고라는 충격은 이미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같은 지능 정보사회 즉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의료계는 이러한 변화를 선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자신의 진료노하우를 지능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의사의 노력이 한국형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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