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한격부 교수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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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한격부 교수 영전에
  • 박현
  • 승인 2005.09.0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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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흉부외과학 교실 주임교수 안혁
故 韓格富 교수님의 명복을 비옵나이다. 대한민국 흉부외과의 개척자로서 항상 저희 마음속에 함께 하시며 흉부외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고 항상 흉부외과를 걱정하시던 스승이신 선생님의 영전에 삼가 이 글을 바칩니다.

지난 5일 갑작스런 선생님의 부음을 접하고, 저희 후학들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은 아마도 인생의 정신적 지주를 잃은 깊은 슬픔 때문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흉부외과를 개척하신 분이며 어려운 시절, 흉부외과의 초석을 다듬으신 대표적인 분이십니다. 긴 투병 중에도 흉부외과를 잊지 않으시고, 흉부외과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셨던 선생님의 갑작스런 부음은 정말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흉부외과학의 개척자로서 1941년 서울의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하셨으며, 서울의대 및 부산의대 교수를 역임하셨고, 초대 대한흉부외과학회 회장을 지내시면서 흉부외과의 초석을 다지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대한민국 의학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시어 두차례 대한의학협회 회장을 역임하시었고, 1978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셨습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회장으로 계시면서 당시 불모지였던 국내 흉부외과학 분야를 궤도에 올려놓으셨고 이러한 선생님의 공로는 이 나라의 의학사에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스승으로서 학문을 가르치셨음은 물론, 의사로서 인술을, 인생의 선배로서 가치 있는 삶을 일깨워주심으로 후학들의 정신적 사표가 되셨습니다.

노환으로 투병중인 90대 외과의사가 흉부외과를 살려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서울의대에 기부금을 쾌척하신 소식에 후학들은 그저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흉부외과 수련과정이 힘들고 전문의가 되더라도 돈벌이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 당하는 현실을 매우 가슴아파하셨고, 선생님께서 투병 중이신 것도 미처 몰랐던 후학들은 새삼 선생님을 떠올리면서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1978년 이후 20여 년 간 서울시립요양원 원장으로 계시면서 사회 여러 방면에 훈훈한 인정을 베풀어주신 것도 감사한데, 흉부외과 발전을 위해 스스로 더욱더 절제된 생활을 하셨다는 일화에 후학들은 다시 한번 숙연해졌습니다. 선생님의 뜻대로 젊은 의사들이 흉부외과에 도전해 학문의 꽃을 피우고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저희 후학들은 몸 바쳐 노력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셨던 가족들과 제자들을 두고 떠나가셨습니다. 비통한 마음 가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비록 육신은 다시 뵈올 수 없지만 선생님께서 몸소 실천해 보여주신 그 정신과 가르침은 후학들의 가슴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저희 제자들의 마음속에 늘 살아 계시며 저희들을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선생님, 이제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부족한 저희 제자들에 대한 걱정은 그만 두시고 평안히 잠드십시오. 늘 선생님의 뜻과 모습을 되새기며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큰 뜻을 잊지 않고 학문의 길, 인생의 길을 따라 걸어가겠습니다. 삼가 선생님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비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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