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차관, 국가의 '보건' 책임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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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차관, 국가의 '보건' 책임 재확인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5.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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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 교수 이명수 의원과 전문기자협의회 주최 정책포럼 발제 통해 주장
▲ 박형욱 교수
보건복지부에 보건차관 자리를 신설하는 것은 예산 규모나 업무 범위의 광범위성 및 다양성을 고려할 때 이번 메르스 사태와 무관하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복수차관제 도입 그 자체로 메르스 사태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만큼 결국 국가의 보건에 대한 책임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예산, 조직과 권한, 인사 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하며 이같은 전제 아래에서 복수차관제가 도입되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을 담당하는 차관’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박형욱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7월22일(수)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이명수 의원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왜 필요한가’ 정책포럼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펼친다.

박 교수는 발제에서 “메르스 사태는 우리의 보건의료체계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 이전에 이미 국회에는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을 도입하자는 2개의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로 메르스 사태와 무관하게 그 필요성이 인지되고 논의돼 왔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와 보건행정조직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진 지금 복지부에 복수차관을 도입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형욱 교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의 최근 검토보고서를 인용해 “이미 복수차관을 운영하는 다른 부처와 비교해 복지부의 예산규모가 오히려 더 많고, 소관분야인 보건·의료분야와 사회·복지분야 업무를 비교해 보면 두 분야는 각각의 업무범위가 매우 넓고 업무 난이도도 높아 각 분야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이 다른 만큼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을 설치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소개했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예산 규모는 2015년 기준 53조 4천725억원으로 복수차관제를 운영 중인 다른 부처와 비교할 때 가장 많으며, 조직 규모도 작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복수차관을 운영 중인 기획재정부의 경우 예산이 22조 7천억원, 미래창조과학부는 14조 3천억원, 외교부는 2조원, 국토교통부는 40조원,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각각 8조원과 4조 9천억원의 규모에 그치고 있다.

안전행정위원회 전문위원은 따라서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을 운영하는 것은 보건복지부 정책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이와는 달리 행정자치부는 △2010년 정부조직개편 시 복지부의 청소년·가족 업무와 관련 인력·예산을 여성가족부에 이관해 복지부 업무가 오히려 축소 △기존 조직개편 시 복수차관 신설은 2개 이상 부처 기능이 통합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복지부 복수차관 신설에 대해 정부조직의 효율성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완곡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또 조직 개편 필요성과 대안에 대해 △국민에게 피해를 초래한 공무원들에게 벌을 주기는커녕 조직을 키워주는 것은 책임의 원칙은 물론 신상필벌의 원칙에도 반한다 △메르스 사태로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은 조직이 작아서도 아니고 전문적 행정가가 없어서도 아니다 △복지와 의료, 복지와 고용, 고용과 교육, 교육과 복지 등은 긴밀하게 결합하고 국가의 미래전략 차원에서 어떻게 묶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데 섣불리 보건부를 떼어내는 것은 편협한 정책이라는 3가지 비판적인 시각을 소개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메르스 사태는 보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2015년 복지부 예산 51조 9천억원 중 약 80%인 41조 9천억원이 복지 예산이며, 보건예산 9조 9천억원 중 건강보험 예산이 7조 7천억원이라는 점을 들었다. 순수 보건의료 예산은 2조 2천억원으로 전체 보건복지 예산의 4%에 불과하다는 것.

결국 정부는 지금까지 보건에 대한 책임을 민간의료기관에 전가해 왔으며 건강보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옥죄어 왔다고 박형욱 교수는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은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운용방안이라고 박 교수는 말한다. 즉, 보건에 대해 일반예산을 전혀 혹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건강보험재정 만으로 보건의료부문을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망해도 민간병원이, 적자가 나도 민간병원이 적자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는 이에 대해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결국 메르스 사태는 그동안 국가가 보건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따라서 보건부 독립 혹은 보건차관 신설 등 보건행정조직에 대한 개편작업은 국가가 보건에 대환 책임을 회피해 온 그동안의 모습을 반성하고 보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박형욱 교수는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의 행정에서 사실상 보건정책은 없고 보험정책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원론적인 의미에서 건강보험은 보건의 일부이지만 실제 보건복지부의 행정에서 보건은 건강보험의 부속품일 뿐이며 건강보험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방치상태에 있는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과 질병정책은 사실 보험 이전의 문제이며 더 광범위한 정책적 영역”이라며 “이처럼 보건 자체가 냉대받고 천대받는 상황에서 보건의 한 분야로서의 방역이 설 자리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으로 보건의료의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모습 속에 방역도 역시 천대를 받아왔다는 것. 감염병 입원치료에 중요한 음압병상의 경우 역시 건강보험에서 해결해야 할 영역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비해야 하는 설비이므로 대가성 보상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로, 즉 일반회계로 지원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욱 교수는 “보건은 건강보험 이전의 문제이며 보건과 건강보험은 그 역할이 다르다”며 “보건은 때로는 방역의 관점에서, 또 때로는 보건산업의 발전에서 건강보험보다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메르스 사태는 그동안 보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의 보건에 대한 책임을 재확인하고 그것을 명확히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며 복수차관제가 이를 재확인하고 공감대를 표시하는 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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