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국내 최초 절제 불능 간암환자 간이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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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국내 최초 절제 불능 간암환자 간이식 성공
  • 병원신문
  • 승인 2012.06.0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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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기이식의 새로운 전기 마련

나는 의사라는 직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지금도 전국에 흩어져있는 다섯 곳의 백병원을 부지런히 순회하는 것은 병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는 서울백병원, 화요일에는 일산백병원에 들렀다가 오후에 부산으로 내려가 인제대학교를 찾는다. 수요일에는 부산백병원, 목요일에는 해운대백병원, 금요일에는 상계백병원, 토요일에는 서울백병원을 다시 찾는다.

이렇게 병원을 순회하면서 반드시 살피는 곳은 외과다. 외과 수술 환자의 현황이나 환자에 대한 조치, 그리고 완쾌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고받을 때는 환자를 직접 대하는 것 같아 즐겁다. 외과 파트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학생들에게 신기술의 발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흥미롭다. 지금은 편안하고 안전하고 수익만을 쫓는 시대 탓에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수술을 많이 하는 과들이 비인기 진료과로 전락(?)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외과는 의료계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는 최고의 진료과라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외과의 활성화를 위해 2010년부터 5개 백병원 전공의들에게 석사과정 장학금 전액과 수련보조수당을 지원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비인기과 전공의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백병원의 시초가 백인제외과의원이고, 백인제 박사는 일제 강점기부터 6ㆍ25 이전까지우리나라 최고의 외과의로 명성을 날렸다. 위암, 간, 담도 외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으며, 위 및 십이지장 수술은 최초의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 역시도 1963년 국내 최초로 소아에서의 선천성 거대결장(巨大結腸)에 대한 스완슨 수술법(Swanson’s operation)을 시행하였으며, 장중첩증의 경우도 1964년 7월 우리나라에서 최다인 350사례를 발표하는 등 외과의로서 명성을 날렸다.

이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백병원이 외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 바로 1992년 서울백병원 외과 이혁상 교수팀의 '국내 최초 성인 간암환자 간이식 성공'이다. 이혁상 교수는 1992년 3월 18일 오후 11시, 8시간 30분에 걸쳐 말기 간경변을 동반한 간 우엽 전체와 좌엽 일부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 간암환자의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환자는 거부반응이나 간염 재발의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로 수술 78일만에 건강하게 퇴원하였다.

국내 최초로 성공한 절제 불능 간암환자에 대한 간이식은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으며, 국민병으로 일컬어지는 B형 간염 환자 및 치료 불능의 간경변 및 간암 치료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의학계와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걸쳐 뇌사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졌다. 이후 서울백병원은 모두 9차례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이러한 큰 업적으로 그해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참석한 의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이혁상 박사는 1980년대 초반부터 간담췌외과 영역의 명의로 알려졌으며, 간암, 특히 간경변합병 간암수술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며 우리나라에서 간이식이 임상치료수단으로 확립되는데 공헌했다. 이혁상 박사는 한국간담췌외과학회 회장, 대한소화기학회 회장, 대한외과학회 회장, 한국간이식연구회장, 미국외과학회 한국지부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백병원 명예원장,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 절제 불능 간암환자 간이식 성공의 역사를 이어받아, 지난 2010년에 개원한 해운대백병원은 개원때부터 '생체간이식센터'를 중점육성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첨단 장비와 시설, 전문코디네이터를 통한 환자중심의 원스톱 서비스 뿐만 아니라 외과 박정익, 김관우 교수를 현재 세계 최고 생체간이식 수술건수와 성적을 자랑하는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에게 연수를 보냈으며, 또한 이승규 교수팀은 직접 해운대백병원을 방문하여 생체간이식센터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해운대백병원 간이식팀과 함께 수술을 진행하였다. 해운대백병원은 현재까지 모두 12건의 생체간이식을 시행하여 100%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신장, 췌장, 간 등의 장기이식을 위한 전문의료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간이식 분야에서는 뇌사자가 드문 우리나라의 현실상 뇌사자의 이식이 아닌 가족 또는 친족간 주로 이루어지는 생체 간이식 분야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간이식수술은 간경변에 의한 말기 간부전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부여하는 유일한 치료방법인 만큼 '인술로 세상을 구한다'는 '인술제세(仁術濟世)'의 백병원 창립이념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현대의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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