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까스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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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까스명수
  • 최관식
  • 승인 2005.02.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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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끔찍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약이랑 주사요".

비단 어린아이뿐만 아니다. 쓴맛(?) 단맛(?) 다 본 어른들도 약이라면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주사도 물론이다.

약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심지어 이런 말도 만들어 냈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인 의미는 별개로 하더라도 먼 과거부터 약에 대한 거부감이 현대에까지 꾸준히 이어져 내려왔다는 점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약을 만들어 내놓는 제약사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맛이 쓰지 않고, 먹기 좋으면서 약효는 같은 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주사 대신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 바르는 연고타입 약을 비롯해 먹기 편한 캡슐, 당의정, 산제, 필름코팅제 등 다양한 시도가 뒤따랐다.

그로 인해 요즘은 참으로 약 먹기 편한 시대가 됐다. 약에 대한 거부감도 맛이 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간에 맞춰서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한꺼번에 여러 알을 동시에 삼킬 때 겪는 불편에서 비롯되는 정도가 고작이다.

약의 종류에는 액제에 유효성분이 포함된 드링크도 있다. 얼핏 떠올려보면 감기약을 비롯해 위장관조영제, 위장관세척제, 비타민류, 자양강장제, 숙취해소를 위한 약제와 음료 등 다양하다.

그 가운데 대표 주자는 소화제일 것이다. 마시는 소화제는 오랜 기간 우리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아 왔다.

우리 국민들이 유독 마시는 약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100여년 전 양약이 도입되기 전까지 마시는 한약에 익숙해져 있었던 점이 꼽힌다.

특히 일반적으로 한약이라면 치료제로서의 기능을 떠올리기보다 보약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남아 있어 마시는 약을 유난히 선호하게 됐을 것이라고 약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결국 마시는 약이 알약보다 거부감이 적고 약효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 드링크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성격이 급해 뭐든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한국인들의 정서와 연관지어 보면 마시는 즉시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주는 액제소화제는 환상의 콤비네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60∼70년대 이전 못살던 시절에는 아무리 거친 음식이라도 입에 들어가는 것은 다 삼켰다. 그리고 참으로 많이 먹었다. 한끼 식사량이 현대인들의 세끼 식사량을 능가할 만큼 밥그릇도 크고 또 수북하게 담았다.

이런 식습관은 고질적인 소화불량을 초래했고, 소화를 돕기 위해 소다를 많이 복용했다. 소다의 특성상 소화를 돕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소다를 복용해야 했고 나중에는 소다로도 소화불량이 개선되지 않아 고통받는 경우가 흔했다.

삼성제약의 까스명수는 이런 점에 착안해 1962년 마시는 소화제 개발에 착수했다. 여러 한의서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각종 민간요법을 수집해 계피와 아선약, 소두구, 고추를 엄선해 마시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유효 성분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복용에 따른 불편을 덜기 위해 다양한 감미료를 사용해 봤으나 좋은 맛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더구나 소화액제는 특성상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어려움도 따랐다. 다양한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삼성제약 초대 김종건 회장(대한약사회 초대 회장)의 자제였던 김영설 2대 회장은 당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시중에 유통 중인 청량음료에 탄산가스가 포화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즉시 사이다공장을 찾아가 탄산가스를 소화액에 포화한 결과 과거에는 맛볼 수 없었던 청량감과 더불어 속이 즉시 시원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3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드디어 "까스명수"가 탄생한 것이다.

삼성제약은 1965년 1월15일 당시 보건사회부 허가를 받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포성 구급위장약 "까스명수"를 발매했다.

까스명수는 발매 후 세계 최초의 탄산가스 함유 소화제라는 명성과 함께 생약성분의 좋은 소화제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까스명수가 히트를 치자 곧이어 유사 제품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삼성제약은 엄격한 품질관리와 개발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40여년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화액제로 자리 잡았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까스명수 발매 당시만 해도 특허와 상표등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적절한 대처를 못했고 작고하신 2대 김영설 회장님이 미처 특허를 내기 전에 유사제품이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까스명수가 왕관표 심벌을 채택하게 된 배경도 경쟁제품의 심벌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너무 강해 그에 맞서기 위해 궁리 끝에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까스명수 병뚜껑은 돌려 따는 형태가 아니라 소주병처럼 오프너로 따는 형태였으며 밀봉과정에서 생긴 병마개의 주름이 왕관처럼 생긴 데 착안해 왕관표라는 상징이 탄생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까스명수는 비록 특허등록이 늦어 독점권을 인정받지 못했을 뿐 세계적인 발명품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또 소화불량으로 고통받던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치료제로 기여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제약이 까스명수 개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약효와 약리작용을 하는 신약개발과 더불어 더욱 먹기 쉽고 효과가 빠른 특허약을 계속 쏟아내 놓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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