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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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레이
  • 윤종원
  • 승인 2005.02.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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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선수 `슈가 레이 로빈슨"은 알지만 가수 "레이 찰스 (로빈슨)"는 생소하다고? 시각장애인 흑인 가수는 스티비 원더 밖에 모른다고?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이 남자, 레이 찰스의 매력에 한번 빠져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솔(Soul) 음악의 대부이며 시각장애인 가수의 대명사인 레이 찰스(Ray Charles Robinson,1930~2004)의 일생을 그린 영화 "레이"(Ray)가 25일부터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 못지 않은" 인물의 삶을 힘있으면서도 매끄럽게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력 덕분일까, 아니면 실제 인물을 재연하는 제이미 폭스의 열연의 덕일까?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을 배경으로 삶의 애환과 인생의 참 맛까지 들추고 있는 이영화는 관객들을 두 시간 반 동안 레이 찰스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하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사관과 신사", "백야", "데블스 애드버킷" 등을 만든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15년 넘게 영화화를 생각하며 레이의 인생을 관찰했으며 레이 자신도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레이 찰스 = 대공황시대 미국의 남부지역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가 훗날 "미국의 국가적 보물"로 칭송받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의 "충격"의 덕이 크다.

교회의 찬송가와 동네 카페의 피아노를 통해 처음 음악을 접한 그는 동생이 눈앞에서 익사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는다. 강인한 어머니는 아들의 홀로서기를 위해 청각을 개발하는데 집중을 했으며 아들은 시각장애인으로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이때 생긴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한, 그리고 예민한 청각은 이후 그의 음악과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처음 데뷔한 것은 18살 무렵. 본명이 레이 찰스 로빈슨이었던 그는 권투선수 슈거 레이 로빈슨과 구별하기 위해 성(姓)를 버리고 레이 찰스라는 이름을 택한다.

탁월한 음악적 감각과 한이 녹아 든 깊고 따뜻한 목소리는 이후 솔과 컨트리, 웨스턴,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인정을 받는다. 그가 평생 받은 그레미 트로피만 12개에 이르며 베스트 셀링 차트에는 76개의 싱글 앨범을 올려놓았다.

그의 삶에서 음악과 함께 빼놓을 수 없었던 벗은 마약과 여자였다. 데뷔 초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 마약은 이후 20여 년 간 외로움과 고통을 잊게 해줬지만 결국은 가정생활과 음악 인생에 치명적이라 할 정도로 해로운 친구가 되기도 했다.

한편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일부 공연장에서 파격적으로 공연을 취소하기도 해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시민들로부터 환호를 받았으며 동시에 흑인 아이들의 교육 등을 위해 2천만 달러 이상을 모금하기도 했다.

▲제이미 폭스 = 영화가 레이 찰스라는 인물의 고통과 열정을 과장 없이, 동시에 심심하지 않게 그려낸 데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제이미 폭스의 열연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 미식 축구 선수로, "콜래트럴"에서 톰 크루즈와 호흡을 맞춘 택시 기사로 얼굴을 알린 그는 이전까지는 코미디언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쇼 "제이미 폭스 쇼"다.

제작진이 그를 주인공으로 낙점한 가장 큰 이유는 음악에 대한 감각.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피아노 특기생으로 대학에도 입학한 바 있는 그는 시각장애인 가수이며 연주자인 레이의 겉모습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재현했으며 여기에 고통과 환희가 뒤섞인 레이의 내면까지 인상적으로 펼쳐내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이미 골든글로브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영화 속 레이의 노래 = 영화 속 음악은 레이 찰스가 곡을 만들 때의 감정을 들려주는 에피소드와 함께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한편 영화를 리듬감 있게 이끌어가는 액센트가 된다.

영화에 소개된 음악은 12곡. "솔 " 음악의 시초로 신성모독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I"ve Got A Woman", 그의 고향 조지아를 노래했지만 인종차별 철폐 주장으로 한동안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던 "Georgia on My Mind", 백 코러스며 레이의 연인이기도 했던 마지(레지나 킹)와의 갈등 과정에서 만들어진 "Hit the Road Jack",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Unchain My Heart" 등은 음악 영화로서 이 영화를 풍부하게 하는 한편 노래의 뒷얘기를 엿보는 재미도 함께 준다.

영화 속 노래는 레이 찰스의 원곡을 제이미 폭스가 립싱크하는 방식으로 녹음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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