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클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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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클로져
  • 윤종원
  • 승인 2005.01.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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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포트먼(24)의 재발견이다. `클로져(closer)"는 화면 가득 포트먼의 매력으로 넘실거리는 매혹적인 호수다. 달빛이 은은하게 반사되는 그 호수에서 포트먼은 피어나는 여인의 향기를 내뿜는다.

동명의 히트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을 모티브로 남녀 네 명의 섬세한 심리를 치사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렸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헛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우리네 `홍상수 스타일"의 까발리기도 아니다.

지극히 진지하고 절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선은 상당히 흥미롭다. 역시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 사랑에 눈이 뒤집히면.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은 눈빛 하나로 관객의 숨을 죽이는 데 모두 성공했다. 이들 사이에 오가는 간절한 눈빛은 아찔할 정도.

여전히 앳된 얼굴이지만 과감히 스트립 댄서로 변신한 포트먼은 `저 정도까지"싶을 정도로 과감했다. 작은 체구에서 자신이 뽑아낼 수 있는 농염한 매력의 최대치를 선사한 것. 순간에 불타 오르고 순간에 싸늘해지는 사랑을 연약한 듯하면서도 단호하게 표현했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인 만큼 영화의 시선이나 시간 역시 형식의 굴레를 벗어던졌다. 카메라는 네 명의 주인공에게 고루 시선을 분산하면서 그 순서를 노골적이지 않게 비틀었다. `졸업" `워킹걸"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질서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을 자연스럽게 설파한다.

영화는 음악에서도 탁월함을 보인다. 영화의 주제곡 `The Blower"s Daugter"는 애절한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는데, 특히 반복되는 `I can"t take my eyes off you"라는 가사가 화면과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네 명의 남녀가 영국 런던에서 우연인듯 운명인 듯 만난다. 댄(주드 로 분)과 앨리스(나탈리 포트먼)가, 1년 후에는 댄과 안나(줄리아 로버츠)가 첫눈에 서로 이끌린다. 그러나 댄의 장난으로 엉뚱하게 안나와 래리(클라이브 오웬)가 맺어지고, 또다시 댄의 변덕으로 앨리스와 래리가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발정난 동물들의 사각관계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너, 그 놈과 잤어? 어땠어?"라고 집요하게 묻는다. 그러나 영화에는 단 한 차례도 베드신이 나오지 않는다.

니콜스는 직설적인 행위 대신 질투와 욕망, 슬픔의 감정 교감을 통해 그 어떤 멜로영화보다 유분이 많은 영화를 낳았다. 덕분에 영화는 곡예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름의 품격을 유지하며 시선을 붙든다. 라스트의 반전 아닌 반전도 제법 여운을 준다.

나탈리 포트먼과 클라이브 오웬은 이 영화로 지난 16일 나란히 골든 글로브 남녀 조연상을 수상했다. 2월 3일 개봉,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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