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못말리는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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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못말리는 결혼
  • 윤종원
  • 승인 2007.05.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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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 "못말리는 결혼"이 눈길을 끄는 것은 가수 출신 연기자 유진의 영화 데뷔작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최근 코믹 연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견 연기자 김수미와 임채무가 출연하기 때문일까.

혹자는 특별출연하는 윤다훈과 안연홍 콤비가 시트콤 "세 친구"에서 보여줬던 것 같은 웃음에 기대를 걸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 영화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관객이 제목을 보고, 또는 등장인물을 보고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전통 계승을 몸소 실천하는 풍수지리가 지만(임채무)의 외동딸 은호(유진)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강남 큰손 말년(김수미)의 외아들 기백(하석진)과 연인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은 옥신각신하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만 달라도 너무나 다른 두 집안은 이들에게 넘지 못할 산이다. 가진 건 없으면서도 전통과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지만과 혀꼬부라진 소리로 되지도 않는 영어와 불어를 대화에 섞어 쓰는 걸 즐기는 강남 졸부 말년은 물과 기름 사이.

은호와 기백은 양쪽 부모의 허락을 받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두 사람은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양가 부모의 만남을 주선한다.

그러나 물과 기름 같은 그들의 날선 신경전은 갈수록 격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백이 소유한 땅을 둘러싼 두 사람 사이의 또다른 악연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반면 기백과 은호의 만남을 좌시할 수 없는 지만과 말년은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방해공작에 들어가고, 거기에 은호의 삼촌 지루(윤다훈)와 기백의 누나 애숙(안연홍)까지 가세해 사태는 점점 꼬여만 간다.

그렇지만 이런 부류의 코미디 영화 결말은 늘 그렇듯이 해피엔딩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 영화가 관객을 웃기기 위해 보여주는 갖가지 개그다. 대부분의 기획코미디 영화가 그렇듯이 "못말리는 결혼"에서도 중요한 것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나 개연성을 갖춘 플롯이 아니라 "얼마나 웃기느냐"다.

교양과는 담 쌓고 사는 강남 큰손으로 설정된 김수미는 말끝마다 "싯(shitㆍ제기랄)" "셧업(shut upㆍ입닥쳐)" 등의 영어 비속어를 남발한다. 비중으로 보나 설정으로 보나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연은 김수미인 것 같다.

임채무의 개그는 점잖으면서도 비꼬는 말 속에 가시가 들어 있는 정도다. 그가 2002 월드컵 때의 한국-이탈리아전 주심을 패러디해 출연했던 광고를 영화 속에서 코미디 소재로 써먹는 것은 웃기고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기획코미디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석진은 이들에 비해 크게 존재감이 없는 편이며 윤다훈-안연홍 콤비는 아니나 다를까 "세 친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위기라는 충무로에서 여전히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성욱 감독은 "여선생 vs 여제자" "선생 김봉두" 등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못말리는 결혼"이 감독 데뷔작이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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