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수면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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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수면의 과학
  • 윤종원
  • 승인 2006.12.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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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의 기발함 돋보이는 수작

미셸 공드리의 연출력은 관객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다. 그와 사랑에 빠지는 관객은 "휴먼 네이처"나 "이터널 선샤인" 등에서 보여준 그의 독특함을 숭배한다.

그렇지만 공드리 감독의 이 불가사의한 힘은 모든 이에게 통하는 건 아니다. "이게 뭐냐"라며 스크린 앞에서도 용감하게(?) 잠을 청하는 관객도 물론 있다.

신작 "수면의 과학(The Science of Sleep)"도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스테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옆집 여자 스테파니(샤를롯 갱스부르)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는 소재부터 범상치 않다.

멕시코 출신의 스테판은 좋은 일자리를 구해 놓았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파리로 온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예술적 재능을 발휘할 수 없는 평범한 달력회사 일은 고역이다. 한편, 스테판은 이웃에 이사 온 스테파니를 흠모하며 그들이 꿈으로 연결된 운명적 관계라고 믿기 시작한다.

스테파니는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독심술 기계, 1초 타임머신, 달리는 말 인형 등을 선물하는 천진난만한 스테판에게 조금씩 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스테판은 일로 인한 스트레스와 스테파니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의 감정이 증폭되면서 더욱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한다. 스테판의 대책 없는 행동과 말에 스테파니는 당황하게 되고 두 사람은 점차 진심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공드리 감독의 진가는 영화의 마지막에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이야기의 맨 끝 부분에 방점을 찍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사랑과 추억의 소중함, 그리고 인간의 한계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터널 선샤인"처럼 "수면의 과학" 또한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남자라는 다소 엉뚱한 소재로 닮아가는 사랑을 말한다.

공드리 감독은 "수면의 과학"에서 자신의 꿈을 생중계하는 남자와 독심술 기계, 1초 타임머신 등을 등장시켜 관객을 웃긴다. 동화적 상상력으로 도배된 영화는 그러나 마지막에 묵직한 메시지로 관객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스테판처럼 현실에서 꿈을 보기 시작하는 스테파니의 모습은 "사랑은 상대방을 그대로 인정하고 닮아가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처음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는 "나쁜 교육"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배우이자 가수인 샤를롯 갱스부르와 대표적인 프랑스 여배우 미우미우의 연기도 만나볼 수 있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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