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의료관광객 9.11 이후 동남아로 발길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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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의료관광객 9.11 이후 동남아로 발길 돌려
  • 윤종원
  • 승인 2006.11.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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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의 이슬람 국가 국민들이 9.11 테러를 기점으로 해외 의료관광지역을 미국과 유럽에서 동남아로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미국의 까다로운 비자 발급, 미국이나 유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작용하고 있는데다 동남아 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판이 바로 중동 아랍인들을 끌어들이는 직접적 요인이라는 것.

아랍 에리미트연합(UAE)의 시민인 알 살레 알 하미리(35)는 1999년 미국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안과 수술을 받았으나 9.11 테러 이후로 친지들과 함께 태국 방콕의 범룽랏 병원을 찾고 있다.

걸프 국가는 정부가 모든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많은 중상류층 시민들은 시설이나 서비스가 보다 낫다고 생각해 해외로 나가고 있고 알 하미리도 그중 한 사람이다.

대리석이 깔린 범룽랏 병원 로비의 소파에서 만난 알 하미리는 "아시아라서 더욱 편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곳은 환자도 잘 보살피고 결과도 금세 나온다"는 것이다.

알 하미리는 1년전에는 안과 레이저 치료를 받으려는 여동생과 동행했으며 올해는 피부 질환 치료를 원하는 조카를 데리고 왔다. 본인도 매번 이곳에서 신체 검진을 받았다.

진료와 호텔 숙박, 식사와 항공 요금을 포함한 제반 비용을 감안해도 국내 사설 병원보다 20-30% 싸다는 것이 알 하미리의 말이다.

범룽랏, 그리고 인접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병원들이 미국이나 서유럽에 못지 않으며 또한 비용도 싸다는 입소문 덕분에 동남아를 찾는 아랍 환자들을 실제로 크게 늘어났다.

범룽랏 병원의 경우, 중동 환자들이 지난 2000년 5천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7만명에 달했고 올해는 10만명을 내다보고 있다. 국적별로는 UAE와 오만, 카타르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주로 심장수술과 정형외과 수술 암치료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미국에서 유사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경우와 비교하면 50-80% 싸다고 주장한다.

UAE와 오만 등의 목 좋은 곳에 광고판을 세우고 해외 마케팅 요원을 파견하는 덕분에 붐룽랏 병원은 걸프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의 하나로 발돋움했다.

범룽랏은 의료 관광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시아 최대다. 지난해 모두 100만명의 환자가 이 병원을 찾았으며 그 중 40만명이 외국인이었다.

병원측은 외국인 환자를 위해 아랍어를 구사하는 25명을 포함해 모두 58명의 통역을 배치해 놓고 있다. 아랍어로 수술 동의서를 포함한 서류 양식을 준비하고 있고 입원실에서는 알 자지라와 같은 아랍어 텔리비전 채널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5년간 중동 지역 환자가 매년 20%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관촹청 관계자의 말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라는 장점을 이용, 의료 관광의 허브를 꿈꾸고 있다.

주요 병원에서는 이슬람지 정한 절차에 따라 조리된 "할랄" 음식을 제공하고 있고 무슬림 의사들이 수술 집도에 앞서 이슬람식 기도를 올린다는 점을 말레이시아측은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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