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일탈 아닌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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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일탈 아닌 질환
  • 윤종원
  • 승인 2006.08.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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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 도박장 접근성 제한해야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장이 주택가까지 파고들어 많은 도박중독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이 한때의 일탈행동이 아니라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도박중독 피해자 가족들은 주택가는 물론 농촌과 공단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사행성 게임장, 도박PC방 등에 사회적 규제가 가해져야 피해자가 줄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도박중독 사례 = 경기도 안양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던 평범한 가장 A씨는 3년전 우연히 스크린경마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불행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게임인 줄 알고 시작했지만 결국 빚까지 내어 가며 1억원 가까이 쏟아부으며 그의 삶은 송두리채 뒤바뀌고 말았다.

요즘 A씨는 더 이상 스크린경마장을 찾지 않는다. 대신 그는 최근 석달 동안 바다이야기에 2천만원을 갖다바쳤다.

A씨는 도박을 끊으려는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인 "단도박모임" 인터넷 게시판에서 "며칠 전 자포자기한 채 모든 걸 포기하려 산으로 올라가기까지 했다"며 "(이제) 정신을 차렸고 늦지 않았으므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살며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B씨도 우연한 기회에 바다이야기를 접했다 "한 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기는 바람에 지난 7월 한달 내내 게임장에서 살다시피했다.

"대박"의 꿈 대신 B씨는 2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고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B씨는 "계속 잃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한번씩은 꼭 먹게 해 준다"며 "정말 사람의 사행심리를 잘 이용한 무서운 곳"이라며 몸서리쳤다.

◆전문가.가족 도움 절실 = 전문가들은 A씨와 B씨처럼 도박에 빠지는 것이 일시적 일탈행위가 아니라 알코올 중독 같은 일종의 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분당차병원 정신과 이상혁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는 무기력하고 내성적 성향의 사람에게서 중독성향이 많이 발견된다"며 "이런 사람들이 도박에 빠졌다 그만두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증가돼 충동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도박중독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도파민을 감소시키는 약물치료와 함께 충동을 참을 수 있도록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도박의 폐혜를 많이 겪은 외국에는 도박중독을 중요 질환으로 보고 정신보건센터 등에서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아직도 도박중독을 질환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도박에서 손을 떼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과 함께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끼리 교류가 필수적이라고 도박 피해자 가족들은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도박중독자 가족 모임" 사무국장은 "도박에 빠진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직설적 말이 악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며 "가족들이 인내심을 갖고 세심히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도박중독은 한번 끊어도 다시 시작하기 쉽다"며 "도박끊기 모임에 나가 자신의 치료의지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예전엔 사람들이 어렵게 모여야 카드게임 같은 도박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길거리 어디서나 바다이야기 같은 성인오락실 천지가 됐다"며 "국가가 나서 오락실 신고제를 폐지하고 마약.알코올 같은 치료센터도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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