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출자료에 ‘경악’한 의료계…부실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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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출자료에 ‘경악’한 의료계…부실성 ‘심각’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5.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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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전의교협·의학회 등, 정부 의대정원 증원 근거자료 분석 기자회견 개최
의대교수 검증위 검증 결과 수 천장 아닌 기존 보고서 3개 인용이 전부
2,000명 증원 결정한 보정심 회의도 요식행위…최초 회의 공개 강력 촉구
사진=연합
사진=연합

의료계가 정부의 2,000명 의대정원 증원 근거의 부실함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맹비판을 쏟아냈다.

증원 근거는 단 3문장뿐이었고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

이에 의대정원 증원을 논의한 최초의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등은 정부가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요청에 따라 제출한 의대정원 증원 근거자료와 관련해 5월 13일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임현택 의협 회장, 김택우 전 의협 비상대학위원회 위원장,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 원장, 김종일 서울대학교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정부 제출자료의 검증을 위해 지난주 ‘과학성검증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5월 9일부터 기존에 알려진 입학정원 증원의 근거가 된 3가지 보고서를 포함한 자료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검증에는 통계학 전문가, 보건정책전문가 등 약 20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김창수 회장은 “실제 자료 검증을 해보니 수 천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것 외에는 없었을 만큼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단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가 전부였고. 기존 보고서 재탕 외에 재판부가 석명으로 요청한 증원 결정의 새로운 객관적인 용역이나 검증도 전무했다”고 강조했다.

즉, 수없이 많은 회의를 통해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는 정부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도대체 2,000명은 어디서 나온 객관적인 숫자인지 모르겠다”며 “정책 근거는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토의를 거쳐 만들어야 하고, 누군가에 의해 취사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경우 회의 시작 전에 주요 결정내용에 대한 보도자료가 작성돼 배포됐고 회의 후 결과도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며 정부 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위해 회의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김 회장은 “의료계에서는 통일된 목소리로 원점 재논의를 구준히 얘기했는데,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바 ‘원점’도 없었고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불합리한 정책 추진을 백지화하고 이제라도 의사를 포함한 보건인력을 과학적·객관적으로 투명하게 추계한 후 국민들에게 명명백백 공개해 국가보건의료의 틀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연합. 김종일 서울대학교의과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사진=연합. 김종일 서울대학교의과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김종일 서울대학교의과대학 교수협의회 회장은 정부의 1만5,000명 의사 수 부족 근거자료의 비판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근거로 내세운 3개의 보고서가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종일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들은 저자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의대정원 증원 근거로 무리하게 인용됐으며, 미래의사 수 규모 추계의 경우 특정한 가정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관적 편견과 왜곡된 시선이 반영됐다.

특히 3개 보고서에는 건강보험재정이나 GDP와 같은 경제적 요소, 닥터쇼핑이 유행인 한국의 현실, 의사인력의 근무일수, 노동참여 결정요인, 의사인력의 생산성 향상 등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김종일 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보건의료발전계획이 수립된 바 없기에 2,000명 증원은 절차적 위법성을 지녔고, 입학정원 배정 과정의 학교별 실사마저 형식적이라는 점도 문제 삼은 김 회장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2,000명 증원 결정 과정의 부실함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2,000명 증원 결정이 된 2월 6일 오후 2시에 개최된 보정심 회의 시작 이전에 회의내용이 이미 언론 보도가 된 바 있는데, 미리 결론을 정해놓은 형식적인 회의에 불과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실제 2,000명 증원의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 확인하려면 최초의 논의과정이 담긴 회의록 등을 공개해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일갈했다.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도 “2,000명이라는 숫자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누군가 결정한 숫자일수도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정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요식 절차만 거친 것이 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한의학회는 의료계와 논의하지 않고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정면 비판했다.

의료개혁특위는 5월 10일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지역 종합병원, 의원에서 골고루 수련할 수 있는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를 구축하겠다도 밝힌 바 있다.

박형욱 부회장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이라는 졸속 행정에 이어 전공의 수련체계 역시 졸속 행정의 희생양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수련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26개 전문과목 학회를 비롯해 전공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의료 현장에 전공의가 없는 틈을 타 정부는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수련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문가와 학회의 전문성과 역할을 무시하고 비전문가들이 수련체계 개편을 발표하는 것은 의료개혁이 아닌 민주주의 파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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