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하프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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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하프라이트
  • 윤종원
  • 승인 2006.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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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코드의 공포물, 하프라이트

인도 출신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1999년 "식스 센스"를 내놓았을 때 사후세계를 보는 동양의 가치관이 절묘하게 녹아 있다는 점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후 공포영화라면 슬래셔 무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할리우드가 사후 "영(靈)"의 세계를 대하는 동양 공포 영화에서 모티브를 종종 따왔다.

"하프라이트"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며, 빙의의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 구조는 다소 헐거운 편. 생과 사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눈에 띄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자주 접했던 한국 관객에게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한국 또는 일본 영화를 빼고 서양 영화만 치더라도 상당 부분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 등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중년의 완숙미로 영화를 이끌고가는 데미 무어의 관록에 많은 부분을 기댔다.

데뷔작에서 400만 달러 이상의 인세를 벌어들일 만큼 소설가로 큰 성공을 거둔 레이철(데미 무어 분)은 남부러울 게 없다. 금쪽같은 아들 토머스(빈스 엘 발라위)와 책 편집을 도와주는 든든한 남편 브라이언(헨리 이안 쿠삭), 그리고 늘 자신을 지지해주는 편집장 친구까지 있으니.

그러나 불행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토머스가 바로 눈앞에서 익사한 후 레이철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극심한 혼돈을 겪지만 브라이언도 의지가 되지 않는다. 친구의 도움으로 한적한 시골 바닷가에 머물던 중 레이철은 등대지기 앵거스(한스 매디슨)를 만나게 되고 , 순수한 그는 레이철에게 큰 의지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찾은 레이철에게 한 여인이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그네를 가리키고,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말로 레이철을 경악케 한다. 레이철에게 더 큰 고비가 다가온다. 함께 밤까지 지샌 앵거스에 대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7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는 것. 마을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 레이철의 정신상태를 의심하며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죽이고 자살했다"는 진실(?)을 가르쳐 준다.

전반부 지루할 만큼 일상을 나열했던 영화는 후반부에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를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토해낸다. 관객이 상황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황 끝. 이 때문에 영적인 존재도 큰 의미를 주지 못한다.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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