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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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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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가정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염윤경 전담 간호사

“환자가 원하는 가정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편안한 임종을 맞이했을 때 가정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담 간호사로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말기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선봉에 서 있는 국립암센터 염윤경 간호사가 최근 병원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이냐고 묻자 답한 첫 마디다.

호스피스·완화의료란 말기 환자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

특히, 말기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정신적 건강도 함께 돌본다는 점에서 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 많은 역할을 하는 현대사회의 필수적인 의료로 자리매김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는 대상에 따라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 소아청소년형 등으로 나뉘는데 염윤경 간호사가 전담하는 유형은 가정형이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말 그대로 가정에서 지내기를 원하는 말기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호스피스팀이 집안에 직접 방문해 돌봄과 전문완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뜻한다.

국립암센터 가정형 호스피스는 2016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9월 본사업으로 전환돼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가정형 호스피스팀은 정기적인 회의를 거쳐 말기 환자의 가정에 방문하고 있으며 전문영역 간 상호작용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다양한 문제를 파악해 신속·적절하게 대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염윤경 간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호스피스 대상자 중 많은 환자가 가정에서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길 바라지만, 현실은 의료기관에 입원해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 의료진의 도움 없이 가정에서 환자의 통증 및 증상을 조절하기는 어렵고, 임종을 지키는 것 자체에 가족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염윤경 간호사는 “환자와 가족 모두 가정 임종을 원하지만, 가정 임종이 낯설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임종기에 겪게 될 상황과 대처방법, 장례 절차 등을 자세히 설명해 환자와 가족을 안심시키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정형 호스피스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야간 24시간 상담전화를 통해 수시로 환자 및 가족과 소통·공감하면서 불안감을 완화시키고, 정서적인 지지를 제공하는 것도 가정형 호스피스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한 염윤경 간호사다.

염 간호사는 “환자가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때 가정형 호스피스 전담 간호사로서 가장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며 “환자 삶의 마지막 여정에 작은 보탬을 줄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일이다 보니 날씨와 교통 상황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가정형 호스피스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게 염 간호사의 설명이다.

염 간호사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전국적으로 38개에 불과해 거주 지역에 따라 이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더 많아 안타깝다”며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확대돼 더 많은 사람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정형 호스피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이외에도 요법치료사, 자원봉사자, 성직자 등이 함께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특장점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충분한 대면요법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정형 호스피스 전담 간호사로서 많은 환자와 호흡하고 가족과 공감하는 염 간호사의 기억 속에는 다양한 감동 사연이 기록돼 있다.

일례로 딸의 결혼을 두 달 앞두고 난소암으로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하던 환자의 사연이다.

그는 죽기 전에 딸과의 추억을 담은 성장앨범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요청했고, 염 간호사는 사회복지사와 함께 그가 전해준 사진과 멘트를 정리해 딸에게 깜짝 선물을 전달했다.

비록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소중한 사랑이 담긴 최고의 선물을 남겨주고 떠난 그가 아직도 염 간호사의 기억에 생생하다.

끝으로 염 간호사는 말기 환자를 돌보려면 가장 먼저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는 만큼 정신적·신체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 작가가 ‘나는 지금 바로 여기서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며 “가정에서 호스피스 간호사를 기다리는 환자에게 언제든 달려가기 위해 스스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충전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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