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예방법 및 병원체자원법 개정안’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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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예방법 및 병원체자원법 개정안’ 반대
  • 병원신문
  • 승인 2021.03.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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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연구 활성화 위한 법률 개정…입법 취지와 달라
감염자 인권 침해와 연구 윤리성 및 과학성 검증 부재로 학술인정 어려워
생명윤리학회·의료법학회·의료윤리학회·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 공동성명

한국생명윤리학회(회장 김옥주)와 한국의료법학회(회장 김소윤), 한국의료윤리학회(회장 임채만),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회장 정종우)는 3월 22일 감염자의 인권 침해와 생명윤리 원칙 위반을 우려하는 ‘감염병예방법 및 병원체자원법 개정안 저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3월 2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과 ‘병원체자원의 수집·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병원체자원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감염병 연구활성화를 명분으로, 감염병 검체 연구시 감염자의 서면동의 면제와 연구의 과학성과 윤리성을 검토하는 기관위원회(IRB) 심의 면제가 골자다.

이에 관련 학회들은 성명서에서 개정안이 ‘헌법’ 제10조와 ‘보건의료기본법’ 제12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감염자라는 이유로 침해될 수 있고 ‘의학연구의 근본적인 목적이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지만 이러한 목적이 결코 연구대상자 개인의 권리와 이익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헬싱키선언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감염병에 대한 연구 활성화를 위해, 감염자의 검체 채취에 대한 동의 면제나 기관위원회(IRB) 심의를 면제하는 것은, 연구대상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헬싱키선언 등 국제적 지침과 국내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헬싱키선언 등에 위배 돼 시행된 연구 결과는 국내외 의학학술지에 게재가 불가하기 때문에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감염병 등에 의해 공중보건상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시라도, 국가는 감염자를 포함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과학성·윤리성이 보장된 연구가 시행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감염병예방법 및 병원체자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유관학회와 단체의 공동성명서

감염병 연구 활성화를 명분으로 감염자의 인권 침해와 연구의 윤리성을 훼손하는 법률 개정을 반대한다.

◈ 감염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의학연구의 근본적인 목적이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지만 이러한 목적이 결코 연구대상자 개인의 권리와 이익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 국회와 정부는 감염병 유행에도 감염자의 인권보호와 감염병 연구의 윤리성·과학성에 반한 입법과 정책을 추진하여서는 아니된다.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인류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코로나-19감염증의 위협은, 각 국가로 하여금 범국가적인 연구를 통해 감염병에 대한 실체를 밝히고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힌 매독이나 결핵,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메르스(MERS) 감염 등의 사례를 겪으며, 감염자에 대한 부당한 편견과 감염자의 인권이 침해가 발생하는 경험을 하였기에, 감염병 연구는 감염자에 대한 보호가 우선되어야 함을 절감한다.

국제사회와 각 나라에서는 감염병 위기상황에서도 감염자의 연구참여와 검체채취에 대한 동의의 준수와 IRB 심의 등 연구의 윤리성과 과학성에 대한 기준을 낮추지 않고 연구의 과정을 신속히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여 수행된 연구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논문을 철회시키고 있다.

이에, 위급상황에서도 윤리성과 과학성을 보장하며 연구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코로나19관련 연구와 임상시험에 대해서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일부나마 방안을 마련하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관리부처로서 책임을 다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염병 연구 활성화를 위한 법개정안은, 입법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감염병 연구과정에서 감염자 인권은 침해되며 연구의 윤리성‧과학성에 대한 검증부재로 인해 국제적인 학술적 인정도 받기 어렵기에, 이번 감염병예방법 및 병원체자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반대하며 유관학회 및 단체와 함께 다음과 같이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감염자는 감염병 관련 진료와 연구에 있어,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 방법, 의학적 연구 대상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의료인 또는 연구자는 감염자로부터 감염병 연구를 위한 검체 취득시,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검체 채취에 대한 동의를 구하여야 한다. 이는 감염병에 의한 공중보건상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생략될 수 없다.

2. 연구자의 감염병 검체 연구에 대한 IRB 심의는 연구의 과학적‧윤리적 부분에 대한 검토와 감염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며 생략할 수 없다. 감염병에 의한 공중보건상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윤리적 기준을 보장하는 신속한 심의가 가능하도록 정부는 공용위원회 운영, IRB의 공동운영 및 심사위탁이 실제적으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3. 감염병 위기상황에서도 국회나 정부는 감염자의 인권보호와 안전에 위배되는 법안이나 정책을 추진하여서는 아니 된다. 연구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감염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윤리적‧과학적인 검증이 안 된 연구의 수행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그 결과도 학술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감염병에 의해 공중보건상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연구의 감염자의 보호를 위한 조치가 생략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한다. 감염병에 의한 공중보건상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감염병예방법 제9조와 시행령 제7조에 의한 감염관리위원회 및 감염병 연구기획 전문위원회에서 연구계획의 수립과 수행 및 대상자보호에 대한 조치에 책임이 있으며, 그 적절성에 대해서는 생명윤리법에 따른 공용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2021. 3. 19

한국생명윤리학회, 한국의료법학회, 한국의료윤리학회,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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