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약개발의 변천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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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약개발의 변천 및 전망
  • 병원신문
  • 승인 2016.04.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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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약연구개발조합 여재천 전무
1986년 8월13일 혁신형 제약·바이오기업 15개사가 중심이 되어 과학기술처의 산업기술연구조합육성법에 의한 특별법인으로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초대 이사장 이종호·중외제약 회장)이 설립됐다. 1986년은 병원신문이 창간한 해로, 한국신약연구개발조합 또한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신약연구개발조합은 과학기술처 인가 아래 설립되어 1987년 물질특허제도 도입이라는 제약산업계의 글로벌 혁신강화 위기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1987년 국내 연구개발 중심 혁신형 제약기업, 바이오기업, 스타트업, 정부출연연구소, 대학교, CRO를 중심으로 구성된 특정연구개발사업 공동·협동 신약연구개발 컨소시엄의 주관기관이 되어 항생제·항암제·심장순환계질환치료제·항궤양제·항진균제 등 5대 치료제의 글로벌 신약연구과제 수행을 시작했다.

1991년 12월에는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의 선도기술개발사업(일명 G7프로젝트, Highly Advanced National Project) 기획단이 결성,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출범했다. 총 1억원의 연구기획비가 투입되고 150명의 산·학·연 전문가가 동원된 신의약 분야의 거대 기획단의 총괄책임자는 신약개발연구조합 이종호 이사장이 맡게 됐다. 이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기획 컨소시엄의 구성으로 우리나라의 글로벌 신약연구개발은 1992년 8월부터 1997년 7월까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국산 신약 1호로 승인 받았고, 2004년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우리나라 글로벌 1호 신약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획득한 이래로 국산 신약(저분자합성신약, 고분자바이오신약, 천연물신약, 개량신약 등) 개발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이 기술수출 등 신약 연구개발을 통해 전형적인 제조업 경영에서 탈피, 혁신형 기술경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로 들어서며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제약산업기술거래센터가 설립되면서 국내외 연구개발 아웃소싱, 기술도입 및 기술이전의 글로벌파트너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6년 혁신제약기업의 대형화 움직임과 바이오벤처기업의 기술과 자본축적으로 탈 벤처를 통한 연구중심 중소제약기업화가 시작됐고, 다국적제약기업과의 글로벌공동연구 파트너십 형성, NT·IT 분야 공조 융합연구가 시작됐다.

2007년 4월2일 타결된 한-미 FTA 협상으로 국내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기업의 경영 행보가 한치 앞을 가름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허가특허연계, 데이터독점강화 등 국내외 기업 간의 분쟁을 통한 막대한 경영손실 위기가 직면했다. 이에 기업은 수익성 개선을 통한 R&D 재투자 재원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연구개발중심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연구개발중심 신약개발기업에 대한 특별예산지원 방안 강구 △신약개발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획기적 세제 우대방안 마련 등을 골자로 혁신형 제약기업들과 함께 국회는 물론 재정경제부,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를 대상으로 한 건의 및 협의, 대책회의 및 협의회 참여, 간담회 및 토론회 개최 등 종합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다각적인 후속조치를 취했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6월28일 FTA에 따른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를 통해 2008년부터 향후 10년간 약 1조원을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자키로 확정했으며, 과학기술부는 2008년부터 5년간 산·학·연 후보물질도출사업단 구성 운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후보물질 도출에 투자를 강화키로 했다. 산업자원부는 기술개발의 상업화 단계를 집중 지원하고 바이오스타제품 개발을 위해 2015년까지 1천300억원을 투자키로 하고, 첨단기술 및 제품의 범위 개정 및 첨단업종 개정을 통해 제약기업육성 및 R&D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재정경제부는 제약기업의 R&D투자비에 대한 세제지원폭 확대와 세액공제를 받는 위탁 R&D지출범위를 확대하고, GMP시설개선투자비에 대한 세제지원을 신설했다.

2011년에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10519호)의 공포로 국내 제약산업이 건전한 발전을 이루고 향후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혁신성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기반이 마련됐다.

2012년 제약산업발전육성법이 시행되면서 신약연구개발을 기업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혁신형 기업과 비혁신형 기업의 경영 행로가 확연하게 구분되며 다수의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혁신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이 구체화됐다. 우리나라가 자국 내에서 직접 신약개발을 하는 몇 안 되는 국가 대열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신약개발의 혁신 능력 배양은 수명연장 및 의료기술 발달로 야기된 국민의료비의 과다지출을 감소시키고, 팬데믹(전국적인 유행병) 등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적인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에 신속하게 대처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주권 보존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제약산업은 규제와 복지증진산업 양면의 대립적인 정책 목표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약제비절감과 연동된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해 제약계의 적자경영으로 이어지면서 신약 R&D투자의 효율성 향상과 다국적제약기업 탄생 등이 지체되고 있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다수의 후보물질 중심으로 임상 1, 2, 3상 시험과 라이선싱아웃 및 상용화를 위한 전임상·임상 개발자금의 수요는 증가 일로에 있다. 국내 제약산업계의 신약개발에 따른 취약점은 임계규모 미만의 신약개발 자원에 따른 효율성 문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세계 보건의료산업 시장은 약 8천조원 규모로, 3천800조원의 IT산업 시장과 1천800조원의 자동차산업 시장의 합산보다 큰 규모이다. 이에 선진 주요 국가들은 IT관련 산업에서 벗어나 보건의료산업을 국가성장동력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IMS Institute for Healthcare Informatics가 연구 발표한 헬스케어시장의 추세를 살펴보면 전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약 1천조원)를 돌파하면서 보건의료시스템과 비즈니스모델의 큰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노인인구의 증가와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수요 증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신종질환의 증가,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규제당국과 보험당국, 환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 기반의 혁신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목표시장 내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의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가치사슬과 연계되는 내·외부 역량의 분석과 보유·미보유 기술포트폴리오에 대한 가치평가, 가치 기반의 산업적인 해석과 글로벌 대응이 중요하게 됐다.

다국적제약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글로벌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 맞춰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 도입하는 동시에 개발된 기술을 외부로 방출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체제 구축을 가속화해왔고, 핵심연구개발과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은 제로베이스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아웃소싱 전략을 재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영계획 아래 적극적인 아웃소싱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경쟁력 제고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즈니스모델은 시장에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기업, 스타트업의 M&A와 파트너십 형성, 기업 투자활동, 라이선스 협약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 마케팅, 기술력, 생산시설 등의 확보를 통해 품목 및 신규영역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비전 주도형 R&D를 통해서 연구소의 위상을 더욱 더 격상시켜야 한다. 연구소가 사업부서의 아이디어를 승화시키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10년 후 먹거리전략’의 성장엔진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할 때이다.

8조원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기업들이 글로벌 대박을 넘어서 다국적제약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 미래는 비전 주도형 R&D를 통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기술과 사업이 양 방향에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독자적인 ‘Global Technology Outlook’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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