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난민 양산하는 후진적 의료체계 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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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난민 양산하는 후진적 의료체계 정비해야
  • 병원신문
  • 승인 2016.04.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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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에 바란다 -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되어 공포됨으로써 오는 2017년 12월 30일부터 장애인건강권법이 시행되게 되었다. 장애인건강권법에 따르면 “재활병원” 제도가 도입되고, 장애인 건강검진, 재활운동 및 체육 등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추정 장애인구 수는 273만명으로 장애출현율은 5.59%로 나타났으며, 추정 장애인구 중 등록 장애인구는 250만명(’ 13.12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장애발생 원인으로는 사고 혹은 질환 등 후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비율이 88.9%로 나타났으며 장애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43.3%로 2011년의 38.8%에 비해 4.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장애인들의 의료보장에 대한 욕구는 32.8%로 소득보장에 대한 욕구(38.5%)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료보장에 대한 욕구는 2000년 19.0%, 2005년 30.1%, 2011년 31.5% 등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조사를 통해 나타난바 장애의 원인은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후천적 원인이 대부분이고 장애인 가운데 점차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의료에 대한 욕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장애인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난 2000년에 전체 인구의 7%를 돌파한 이후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2018년에 고령 사회(14%), 2026년 초고령 사회(20%)에 진입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구고령화로 인해 노인성 질환이 증가되고, 수술 및 급성기 치료 후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재활치료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권역별 재활병원 6곳, 보건복지부 지정 재활전문병원 10곳에 총 병상 수가 약 3,100병상 정도에 불과하여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받은 이후 재활치료가 필요한 장애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 의료기관을 떠돌아다니는 소위 「재활난민」이 양산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재활의료서비스 체계의 확립을 위해 지난 2000년에 「개호보험」제도 도입과 동시에 「회복기재활병동」 제도를 도입하여 2015년 3월 기준으로 1600곳이 넘는 병원에서 총 74,460병상의 회복기재활병동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 회복기 재활병동은 뇌혈관 질환, 골절 등 환자에서 일상생활동작 수행 향상, 와상방지, 가정복귀를 목적으로 한 재활을 집중적으로 행하기 위한 병동으로 급성기 치료가 끝난 이후 아급성기에 회복과 재활을 필요로 하는 상태의 환자가 일정 기간 입원하여 치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회복기재활병동에서의 치료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신체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지역포괄케어병동이나 의료형 요양병동에 입원하여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만75세에 이르는 2025년를 대비하여 지역에서 의료, 개호, 예방, 생활지원 등을 유기적으로 제공하는 「지역 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책인 「2025 플랜」을 지난 2014년에 수립하여 노인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회복기 재활병동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 경우 급성기 병원(Acute Hospital)에서 수술을 받고, 아급성 치료시설(Sub Acute Facility)에서 회복기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급성기 이후에는 입원재활시설 이외에도 전문간호시설(Skilled Nursing Facility: SNF), 장기요양병원(Long-Term Care Hospital: LTCH) 등 다양한 기관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며, 아급성기 치료가 끝난 이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요양원(Nursing Home)이나 가정간호(Home Health Care) 시설 등에서 환자를 돌보면서 외래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활의료전달체계의 기능분화가 이루어져 있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인 메디케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의 형태를 입원재활시설, 포괄외래재활시설, 장기요양시설, 재가재활의료 등으로 구분하여 재활의료 서비스와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CIHI (the Canadian Institute for Health Information)라는 비영리기관을 통하여 국가적 단위의 재활진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국가재활보고시스템(National Rehabilitation Reporting System, NRS)을 운영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입원재활서비스의 시설, 프로그램 등의 현황 및 관련 통계 자료를 구축하고 있으며 재활환자들의 표준화된 정보를 수집하여 2014년 현재 9개주의 재활전문병원, 일반병원의 재활병동, 재활프로그램 및 재활병상 등의 재활의료 실적을 파악하고 통계를 작성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캐나다의 NRS는 입원재활시설에 입원하는 질환군에 따라 재활환자를 17개 재활환자집단(Rehabilitation Client Groups, RCGs)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질환군 별로 제공되는 재활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은 재활의료환자군의 분류와 재활의료서비스의 제공의 기준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확립하여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기간 동안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 장애를 최소화 하도록 하고 있다.

재활의료는 장애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반적인 진료과목들의 진료 패턴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 진료과목이다. 재활의료와 마찬가지로 일반적 진료과목과 다른 특성을 가진 정신의료나 응급의료의 경우 「정신보건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 각각의 의료 서비스 제공 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이미 마련되어 있으며, 각각의 법률에 근거하여 일반적인 진료과목과는 다른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는 재활의료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재활의료가 필요한 많은 환자들이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난 이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특히 이웃 일본의 회복기 재활병상 수가 현재 75,000여 병상에 달하나 우리나라는 3,100병상으로 일본의 24분지 1에 불과하여 장애환자의 아급성기 재활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장애인건강법이 제정된 것을 계기로 새롭게 출발하는 20대 국회가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적절한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재활난민을 양산하는 후진적 재활의료체계, 조속히 정비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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