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특집]주제발표-위기의 한국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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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특집]주제발표-위기의 한국병원
  • 병원신문
  • 승인 2015.11.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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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일 이화의료원 이화융합의학연구원장

최근의 메르스 사태는 보건의료체계 및 사회안전에 있어 중요한 과제를 제시했다. 신종 감염병 뿐 아니라 다제내성균 등 의료관련감염 문제에 대한 미흡한 대처는 우리 보건의료시스템의 안타까운 현실이자 시급한 개선 과제임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는 경제나 사회,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난·재해였으나 사회적 시각에서 병원의 문제로 부각되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를 병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올바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정부의 대응방안들 또한 병원이나 국민이 해야 할 일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국가 재난 수준의 위기는 시스템의 각각의 주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시스템의 조화로운 운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우리가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 의료문화와 의료이용체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가 확산됐으며, 특히 응급실 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관계기관 간의 위기관리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보건의료정책 및 담당 조직의 전문성 강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근원적 해결을 위해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활동과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시스템 △관련 분야 첨단 연구개발 체계 확립 및 R&D 강화 △전문인력 확충과 국제협력 확대에 대한 체계적 접근 △보건소 등 공공의료체계와 공중보건부문의 역할 강화 등 지속성장 과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병원과 미래 의료체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우선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활동과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시스템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노력과 정부의 적정비용 보전 및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또 의료기관의 자율적 노력을 촉구하고, 조직·인력·장비·전문교육훈련·대국민소통(교육·홍보) 확충 등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예산지원,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병원의 수익구조와 경영현실을 고려한 의료수가 및 보험급여체계가 정비돼야 하며, 법적으로 미비한 사항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관련 분야 첨단 연구개발 체계 확립 및 R&D 강화가 요구된다. 선진형 의료R&D체계를 구축·시행할 때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신종감염병, 동물유래감염병(인수공통전염병) 등에의 신속대응체제 확립을 위한 검출법과 백신개발, 임상시험 분야 등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다양한 첨단과학기술성과의 의료분야 활용을 위한 의료R&D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류화와 특성화 정책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세 번째로 강조할 것은 전문인력 확충과 국제협력 확대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다. 병원 현장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중심으로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전문의료인력 전반에 대한 양성·활용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전문가와 전문기관(특히 의료관련 연구기관)이 중심이 되는 국제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병원역량의 국제화를 지원해야만 한다.

지속성장을 위한 앞으로의 꾸준한 노력이 중요한 때이다. 시스템 뒷받침 방안, 앞으로의 대응 방안, 역학조사를 위한 인력보강 방안, 예산확보 방안 등의 논의를 이어나가야 하며,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체계와의 조화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 김재학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센터 소장

현재 한국의 병원산업은 위기인가? 메르스 사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국내 의료시장의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국내 의료기관은 두 자리 수의 성장을 이뤄내다가 최근에는 5% 남짓, 앞으로는 이마저 더욱 줄어 1% 수준의 성장이 예상되는 등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최첨단 기술이 개발되며, 소비자 기대수준이 높아지는 등 시장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시장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갔다. 이제는 새로운 성공전략이 요구되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원은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국가적 재난·재해에 대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면 정상업무 복귀에 이르는 시간이 단축됐을 것이다. 한국병원도 전사적 관리는 아니더라도 재난재해 관리체계는 갖춰야 한다.

의료시장은 점차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던 노키아와, 소니, 코닥의 몰락 사례를 볼 때 ‘마켓 센싱(market sensing)'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자만에 빠져 시대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지 못한 결과는 비참했다.

헬스케어산업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과거 전통적인 공급자 중심의 헬스케어산업에서는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병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병원은 오고 싶어서 오는 곳이 아니며, 전문 의료인과 환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이뤄지며, 과정과 결과의 불확실성이 있으며, 소비자(Consumer)와 지불자(Payer)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 병원환경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병원과 접촉하는 채널의 다양화와 기술발달, 소비자 지식 변화, 정부정책 변화 등으로 의료시장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이젠 병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보 접근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소비자를 위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선제적 리스크 센싱을 통한 예방 및 대비 중심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핵심리스크 선정 △대비 및 대응 방안 사전 정의 △리스크 관리조직 체계 정립 △리스크 센싱 프로세스 정립 △리스크 대응 프로세스 정립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재난·재해 등 경험하지 못한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판단력을 잃을 수 있다.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시스템 정착을 통한 인적오류 최소화가 핵심이다. 재난·재해에 대한 리스크 및 비즈니스 영향 분석, 중단된 비즈니스의 회복 계획, 교육 및 훈련 계획, 테스트 및 유지관리 계획 등을 포함한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리스크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명확한 소통을 위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병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리스크 관리’ 개념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세우고, 재난·재해형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 윤윤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세월호, 메르스, 불산누출 등의 국가적 재난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역량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에 발생한 재난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의료, 해양, 화학물 등 단일 분야의 재난이 국민과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재난으로 발전하는 복합재난의 형태를 띠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개별 사고와 단일 재난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 관리하는 선제적 재난관리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재난관리는 크게 재난 전단계에서 재난의 예측 및 선제적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와 재난 발생시 효율적 대응 및 복구를 목적으로 하는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관리에 중점을 둔 재난관리정책으로 인해 예방 및 선제적 대응에 있어 낙후된 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사고 발생 시 그 영향이 방대해 고위험기관(High Reliability Organization: HRO)로 통칭되는 원전, 교량 등의 국가 인프라 및 은행, 병원, 항공사 등 주요 기관의 경우 선제적·예측적 안전관리체계(Safety Management System: SMS)의 구성 및 운영을 위해 국가·조직적으로 다양한 연구개발 및 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다.

SMS의 명확한 개념 및 구성요소들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정착하기 위한 기술-정책-조직-문화 간의 조화로운 적용 방향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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