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14 보건복지부 국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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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14 보건복지부 국감 종합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4.10.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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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들지 않은 방패와 끝이 다 닳은 창의 싸움 양상 연출
주요 예상 이슈 '원칙론' 앞에서 연기도 못 피우고 鎭火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는 금방 만들어 제대로 길도 들지 않은 ‘방패’에 끝이 다 닳아 뭉툭해진 창의 싸움이었다.

세간의 예상대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과 원격의료가 이번 국감의 주요 아젠다로 다뤄졌지만 헛 찌르거나, 제대로 맞췄다 하더라도 끝이 무뎌 방패를 뚫기는커녕 북채로 북 모서리를 두드리는 정도의 소리만 냈다.

투자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일제공세를 폈지만 여당 의원들의 방패막이가 효과를 발휘했고, 이와 함께 명분과 논리로 무장한 보건복지부의 대응으로 변죽만 울린 채 이슈화에는 실패했다. 정부 측은 투자활성화 대책과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설립이 소위 의료영리화와 의료비 인상이라는 괴담과 무관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맞대응했다.

또 원격의료의 경우에도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국정감사의 주체인 국회가 입법 여부를 다루게 될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결과 성냥 몇 개로 장작에 불을 붙이려 시도한 것마냥 무모한 공격 취급을 받았다. 활활 불길이 타오르길 기대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연기조차 피어오르지 않고 싸늘하게 식어버린 느낌을 줬다.

국감 첫째 날인 10월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는 △싼얼병원 △의료영리화 △담뱃값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논란은 주로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공세를 펴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를 방어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은 싼얼병원이 자격조차 갖추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승인 직전 단계까지 갔던 부분에 대해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허가는 물론이고 승인까지도 가지 않고 마무리된 사안이니 만큼 지나치게 매를 맞을 정도는 아니라며 복지부를 두둔하고 나섰다. 여당 의원들은 다만 향후 유사한 사례가 되풀이될 경우 정부의 신뢰에 훼손이 가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의료영리화 논쟁 역시 야당 의원들에 의해 불을 지피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과 복지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영리화로 이행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용 인상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손쉽게 진화했다.

담뱃값 인상은 여야 의원 모두 세수증대에 초점을 맞춰 발언을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이 간접적인 세수증대 차원이라면 재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 건강증진에 초점을 맞춰줄 것을 주문해 약간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 외에 △의료인 보수교육 활성화 대책 △항생제내성률 증가 △군·민 따로 감염병 관리 대책 마련 △다국적제약사 유통비용 저마진 개선 △일괄약가인하 따른 상한금액 인상신청 증가 △산정특례 편법 이용 대책 마련 △지역가입자 건보료 과오납 개선 △임상시험사업 지원 개선 등이 보건분야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튿날인 10월14일 국정감사는 ‘복지’ 이슈를 중심으로 여야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눈길을 끈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지배했던 기초연금 이슈가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뽐냈다는 점이다. 기초연금 논의는 그러나 이미 국민의 관심사를 떠난 이슈여서인지 국감장을 빛냈다기보다는 오히려 썰렁하게 만든 느낌을 줬다.

이날 국감은 주요 복지 이슈 외에 보건분야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른 진료예약 혼선 △호스피스완화의료 지원 확대 △기피 과목 전공의 수급 대책 △BCG백신 국산화 △차등간호관리제 개편 △복수 차관제 도입 △의료정보 교류활성화 △사용량약가연동제 개편 △수술실 압수수색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문형표 장관은 임명 후 첫 국감임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앞세워 무딘 공격을 손쉽게 막아냈으나 본인의 전공인 복지 이슈 외에 보건분야의 세부 주제가 다뤄질 때는 간혹 당황해 하는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증인으로 함께 출석한 장옥주 차관은 이틀의 국감기간 동안 단 한 마디도 답변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오히려 역설적인 차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실·국장 가운데 일부 국장급 공무원들은 인사이동 초기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의원들의 예봉을 모두 피해가는 묘수(?)를 선보였다.

한편 이날 6시20분경 4차 질의까지 마무리한 가운데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저녁식사 후 2시간 뒤 감사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가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5차질의를 신청한 의원이 있어 ‘원칙’대로 하겠다며 12시 넘겨서까지 감사를 진행하자고 말해 동료 의원들은 물론 취재기자들까지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날 국감은 김춘진 위원장이 저녁 일정이 있어 동료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평소보다 30분 이른 9시30분에 시작했고 점심시간도 평소보다 1시간 가까이 줄여가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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