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과 건보통합은 '실패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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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과 건보통합은 '실패한 정책'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2.01.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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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유익과 건보 지속가능성 위해서
현시점에서라도 평가 후 대안 마련 시급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안긴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통합 정책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내려 국민에게 유익한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규식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1월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장정책세미나에서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 통합 평가’를 주제로 이같이 발제했다.

우선 이 교수는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에서 준비소홀과 정책 이점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2000년 하반기에는 의료대란이라는 의료공백을 초래했으며, 2001년에는 건강보험 사상 초유의 누적적립금이 고갈되고 금융권으로부터 5조원이 넘는 금액을 차입함으로써 겨우 재정파탄을 면했다.

의약분업은 △의약품오남용 △약제비절감 △알권리(처방전) 및 의약서비스 향상(복약지도) △제약산업 발전 및 유통구조정상화 등의 4가지 정책목표를 갖고 시행됐다.

이 교수는 의약품 오남용 예방효과에 대한 평가에서 항생제 내성률 중 ‘폐렴구균 항생제 내성률’이 의약분업 전후 커다란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약의 사용량도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항생제 처방률이나 주사제 처방률 등이 감소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의약분업 효과라기보다는 심평원의 약제성평가의 효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의조제 근절에 대해서도 성공한 정책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약품 적정사용으로 약제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약가마진이 병원에서 제약관련업계로 이전만 되었지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되진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 후 의약분업 추진 당사자가 나중에 의료기관의 약가마진을 인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자기를 부정하는 모순을 낳았다고 말했다.

고가약 처방, 불합리한 약국조제료 설계 등이 결국 보험재정을 파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 했다는 것이 이 교수의 평가다.

환자의 알권리 및 의약서비스 수준향상 평가에 대해서도 처방전 2매 발행이나 처방목록 제공은 환자 알권리나 의약서비스 수준과 큰 상관이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복약지도는 의약서비스에 중요한 내용이지만 위반자에 대해 처벌조항이 없고,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부실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정책실패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약산업 발전 및 의약품 유통구조 정상화에 대해서는 의약분업 후 유통마진을 도매상이 갖도록 실거래가제도가 유인해 의약품도매상이 난립하는 현상이 벌어졌으며, 정책적 상관성이 없는 실거래가제도가 결국 의료대란을 초래, 다국적 제약사에게 더 유리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결국 이 교수는 의약분업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실패한 이유로는 진료관행에 대한 관찰이 없었고 이해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처방을 할 때 경제적 유인이 아니라 진료관행에 의해서 처방해 홨다는 점을 간과한 채 정책을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것.

약가마진이 없어져 약가경쟁이 사라짐에 따라 고가약 처방이 늘어나고 약의 사용량이 줄지 않았다는 점도 실패 이유라고 말했다.

의약분업 이전의 의료관행으로 국민들이 약을 많이 사용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문화가 의약분업이 됐다고 하루아침에 고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점도 성공하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교수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돼 정책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정책이 설계된 점과 세부정책 추진 준비가 미흡한 점도 실패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편 건강보험통합 평가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 부담을 가중시켰으며, 실증적 차원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이념적 차원에서 이뤄져 제대로 된 평가도 없다는 것이다.
통합의 평가를 통해 의료체계상의 문제와 의료비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이를 개혁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책 목표인 ‘소득 재분배’는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구호에 불과했다며,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이 안 되는 현실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고최소화 논리에 대해서도 통합 전보다 이후 국고지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진 점을 지적했다.

지역보험료 대폭 인하 주장에 대해서도 제정통합이 이루어진 2003년 7월부터 보험료 인상이 해마다 높았다며 수치를 제시했다.

통합 이후 보험급여 확대 주장에 대해서도 재정 파탄으로 진료비 심사 강화와 일부 급여의 축소 조정이 이뤄졌다며, 당시 통합주의자들의 주장이 현실화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리효율화에 대해서도 통합 전 보험자들의 관리운영비 합보다 통합 이후 관리운영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통합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역가입자 소득 파악 저조 △직장-지역간 피부양자 문제 △진료권 폐지와 의료이용의 대도시 쏠림현상 △비급여 제도의 보편화에 따른 혼합진료 문제 △최소 급여원칙의 붕괴 △보험급여구조 변화(보험재정 파탄, 의료 양극화, 보장성 제고 저해) 등을 지적했다.

건강보험 개혁 대안으로 △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혁 △보험급여체계의 개혁 △거버넌스 구조의 개혁 △치료위주의 건강관리 및 증진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등을 주장했다.

보험료 부과체계를 모든 소득 발생에 대해 원천 징수하고, 소비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 지역가입자에 대해 부과하던 모순된 보험료를 폐지하고, 건강위해 행위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담배뿐 아니라 주류, 화석연료 소비, 교통세 등이 대상이다.

보험급여체계 개혁에 대해 △보호자 없는 병원 추진 △자비부담 병상 허용 △선택진료의 제한적 허용 △급여관리 활동 전개 △요양기관 계약제를 통한 부실 의료기관 관리 등을 제안했다.

거버넌스 구조의 개혁에 있어서는 △건보공단 기능에 중앙기금 기능 추가 △지역본부는 폐쇄하고 지사 기능 강화 △국민에게 공단지사 선택권 부여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미지막으로 이 교수는 치료위주에서 건강관리 및 증진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독일 질병금고에서와 같이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보건소와 건보공단 지사가 주민의 건강에 관한 정보를 교류해 주민을 건강위험도에 따라 분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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