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 시장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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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 시장 잠식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1.04.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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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위권제약사 건강기능식품시장 진출 러시
국민의 건강지출 늘지만 제약산업엔 마이너스

'가짜약'이 판을 치고 있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약'이 아니라 '식품'이 의약품을 가장해 관련 시장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

노인인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과 관련해 시중에는 '건강기능식품' 혹은 일반 '식품'이 의약품의 효능과 효과를 표방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반의약품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을 표방한 식품시장은 성장일로에 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일반약은 각종 광고에 대한 규제는 물론이고 생산시설과 생산과정, 원료 등에 까다로운 검증이 필요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과장된 효능효과를 표방하면서도 홈쇼핑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방송이나 인쇄매체 광고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으며, 생산과정에 대해서도 의약품처럼 엄격하게 점검한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한 예로 변비약 시장의 경우 연간 약 1천억원대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건강기능식품이 잠식했다는 결론이다.

그 결과 일반의약품 비중은 1991년 58.7%에서 2009년에는 19.2%로 크게 줄어들었다. 2005년 생산실적이 2조6천649억원이었으나 2009년 2조5천233억원에 그쳐 최근 몇 년 간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시장에 전통적인 건강기능식품업체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국내 상위권제약사와 대기업 그룹계열 제약사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또는 자회사를 설립해 이미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심지어 전통적인 전문의약품 메이커인 H약품도 오는 7월 경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본격 참여하겠다고 밝혀 제약사들의 ‘외도’ 행렬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의약품 매출 비중이 큰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가격과 품질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인다”며 “일반약으로 허가를 내기보다 건강기능식품 기준과 규격에 맞춰 타깃을 전환하는 게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보니 건강관련 시장이 기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보다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 자체가 국민의 건강관련 지출을 크게 늘리고, 제약산업의 건전한 발전에는 마이너스가 돼 건강기능식품시장의 성장은 궁극적으로 마이너스-마이너스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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